교회 개척(1)
신대원을 졸업하고 일정한 기간 목회 현장에서 실습을 거친 후 각종 시험에 합격하여 목사 안수를 받은 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목사 안수를 받았다고 해서 본격적인 목회의 길에 들어서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옛날에는 소위 ‘개척’이라고 해서 신학생이나 전도사 신분에 교회를 시작한 이들도 꽤나 된다. 그들은 이미 한 교회의 담임 교역자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사 안수를 받으면 곧 담임 목사의 자리에 서게 된다. 이제는 그런 개척의 시절은 갔다. 개척 자체가 드믄 일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개척도 이미 부목사 같은 자리에서 오랜 세월 훈련을 거친 이들에게나 가능한 일이 되었다.
나에게는 두 번의 교회 개척의 경험이 있다. 한번은 서른 세 살이던 1986년이고, 다른 한번은 쉰 살이던 2003년이다. 우선 앞의 이야기를 간단히 하겠다. 당시 대전에 제법 큰 교회에 속한 아무개 성결교회 부목사로 활동하고 있던 나에게 신학교 대선배이신 아무개 목사님이 개척교회를 할 생각이 없느냐고 의향을 물으셨다. 여러 부목사들을 모아놓고 종종 “그 따위로 교회 일 하려면 당장 그만둬.” 하는 식으로 모멸적인 언사를 던지는 담임 목사에게 실망하고 있던 차에 잘 됐다 싶어 가겠다고 대답했다.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개척은 아니었다. 교회 내분으로 갈라져 나온 삼십 여 분들이(숫자는 가물거린다) 담임 목사를 찾고 있었다. 삼십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내가 그 교회의 첫 담임 목사로, 즉 새로 설립된 교회의 담임 목사로 간 것이다. 거기서 마흔 네 살이 되던 1997년 말까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