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4)

직접적인 처방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담자가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건 필요하다. 그것은 질문이다. 내담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이다. 질문과 대답의 과정을 통해서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결책도 어느 정도 근사하게 찾아갈 수 있다.

정확하고 필요한 질문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화의 창조적 계기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성서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성서텍스트와 창조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차원으로 들어가려면 그 안에 숨어 있는 것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창 12장 이하에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찾아와서 말을 건다는 이야기가 여러 번에 걸쳐서 나온다. 이런 표현이 실제로 무엇을 가리키는지에 대해서 독자들은 질문해야 한다. 아브라함이 고향인 갈대아 우르나 중간 기착지인 하란에 머물지 못할 어떤 특별한 사건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을 ‘그곳을 떠나라.’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이런 질문을 통해서 성서텍스트와의 참된 대화가 가능하다.

상담은 기본적으로 대화의 기술이다. 그런데 그 기술은 테크닉(technic)이라기보다는 예술(art)의 차원에 속한다. 가장 고차원의 예술은 신앙이다. 하나님 경험이다. 하나님 경험이 깊어진 사람은 대화의 기술도 좋다. 말을 매끄럽게 잘한다는 게 아니라 핵심 주제의 깊이로 들어갈 줄 안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의 첫 걸음은 경청이며, 다음 단계는 질문이다. 이것만 잘하면 상담학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훌륭한 상담가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