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2)
아무개 구역을 심방하는 날이었다. 마침 신혼부부가 사는 집에서 가정예배를 드릴 때 담임목사가 내게 기도 순서를 맡겼다. 대심방 때의 기도 순서는 미리 정해지지 않는다.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가 그날 참여한 심방대원들에게 무작위로, 또는 직급에 따라서 자유롭게 기도순서를 맡긴다. 그래서 대원들은 일단 한번쯤 대표기도를 감당할 각오를 한다. 그래도 그렇지, 스무네 살 총각 전도사에게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신혼부부 가정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시킬 게 뭐란 말인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당시 담임 목사도 사십대 초로 젊었다. 본인도 그런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닌까 생각한다.
심방 때의 기도라는 게 늘 상투적이다. 심방 오게 된 것에 대한 감사, 심방을 받는 가정의 형편을 경우에 따라서는 구체적으로, 또는 암시적으로 거론하면서 드리는 기도, 설교자와 심방대원들을 위한 기도가 주요 내용이다. 여기서 가정형편을 헤아리는 기도가 까다롭다. 가정 형편을 아무나 알 수 있는 게 아니고, 안다고 하더라도 기도하는 사람이 뭔가를 깊이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교우들의 가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면서 세상살이이도 연륜이 있는 장로나 권사 같은 분들이 기도를 맡는다. 당시에 내가 뭐라 기도했는지 다 기억나지는 않는다. 아마 식은땀을 흘리면서 중언부언하지 않았겠는가. 그냥 입술만 움직이는 기도였을 것이다. 그때의 당혹스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요즘 나는 심방을 갈 경우에 다른 사람에게 일절 기도를 맡기지 않는다. 잘하는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