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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4)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다닐 때 나는 친구들과 노는데 정신을 팔았다. 당시 아이들은 대개 그랬다. 부잣집 아이들은 좀 다르긴 했지만 서민 가정의 아이들은 노는 게 일이었다. 그때가 그립다. 당시는 1960년대였다. 우리는 2000대가 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런 이야기를 친구들과 실제로 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혼자 생각했으면서 친구들과 이야기한 것으로 기억하는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어쨌든지 당시의 내 의식에는 2000대라는 게 신비의 시간이었다. 너무 까마득한 미래인 탓에 현실감은 별로 없었다. 내 나이를 계산하면서 막연하게나마 뭔가 내가 거대한 힘에 붙잡혀 있는 것처럼 느꼈다.
이제 그 막연하면서도 신비롭게 생각했던 시간이 실제적로 왔고, 그리고 지났다. 정말 눈 깜빡할 순간에 말이다. 나이도 그렇게 먹었다. 아니 그것보다 더 먹었다. 앞으로 30년이나 40년 후라는 시간도 올 것이다. 그 시간은 내게 죽음이다. 어쩌면 그 시간을 채우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시간이 지금 이 순간에 아직 오지 않았다 해서 내게 현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시간은 내가 붙들지 못했을 뿐이지 이미 내 곁에 와 있는 건 아닐까? 죽음의 시간이 내게 가장 분명한 현실(reality)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나는 이미 죽어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