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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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는 하윤이 연우가 "아빠 전에 했던 동한이 아빠 이야기 다시 좀 해줘" 하길래... 분명히 동한이 아빠가 소방관인데 불 속에서 사람을 구하시다가 많이 다치셔서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 한 기억은 나는데 이야기 디테일이 생각이 안아서 다시 창작을 했다.
"동한이 아빠는 소방관이었어. 아빠는 불 속에서 아기와 엄마를 구해내시려고 들어가셨다가 무사히 구해내는 과정에서 아빠는 불에 크게 다치셨어. 다치시고 나서는 얼굴이 너무 일그러지셔서 밖에서 못 나가시고 항상 집에만 계셨단다. 엄마는 일 나가시고 아빠는 항상 집에만 계시면서 동한이가 집에 들어오면 밥 해주고 그러면서도 동한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를 못하셨단다. 하루는 동한이가 학교 갔다 오는 모습이 너무 보고 싶어서 밖에 나갔다가 아이들이 동한이 아빠의 얼굴을 얼핏 보고는 괴물이라고 도망가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놀리기도 하는 장면을 동한이가 보면서 너무 창피해서 울면서 집으로 뛰어가버렸어. 아빠는 마음이 너무 슬펐단다.
하루는 동한이가 집에를 돌아오니 아빠는 어디 가고 안계시고 정성스럽게 차려진 따뜻하고 맛있는 밥과 반찬이 있길래, 동한이는 배가 고파서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데 상 위에 편지가 하나 있는 걸 보게 되었어.
'동한아, 아빠는 잠시동안 여행을 다녀올려고 해. 동한이를 한동안 볼 수 없고 맛있는 밥을 동한이에게 차려 줄 수 없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조만간 아빠를 다시 볼 수 있을거니까 씩씩하게 잘 있어야 한다'
저녁에 엄마가 일을 마치고 퇴근하고 들어오시자 동한이는 엄마에게 아빠 얼굴이 왜 그렇게 되셨는지, 그리고 아빠가 어디 가셨는지 물었어. "응, 아빠는 소방관이셨는데 어떤 아기와 엄마를 구하려고 들어가셨다가 그렇게 되신거란다. 아빠는 잠시 아빠의 시간을 가지고 싶으셔서 떠나신 거란다. 조만간 엄마랑 아빠 만나러 가자꾸나."
동한이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어. 그동안 아빠를 서운하게 한게 너무 미안하기도 했고 아빠가 보고싶기도 해서였어.
동한이는 아빠를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어. 아빠를 다시 만나기로 되어 있던 어느 토요일, 동한이는 엄마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산을 넘어서 숲으로 둘러 싸인 어떤 곳으로 갔단다. 동한이는 기분이 좋아서 혼자서 '연어야' - 요즘 하윤이가 젤 좋아하는 노래 - 콧노래를 부르면서 갔단다.
그 곳은 장애인들을 돌보는 시설이었어. 아빠가 어디 있는지 보고 싶어서 둘러보아도 아빠가 보이지 않다가 어느 틈엔가 장애인들 사이에 둘러 싸여서 웃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되었어. 아빠였어. 장애인들은 아빠의 얼굴을 쓰다듬고 웃으며 입 맞추면서 너무 행복한 모습이었어.
동한이와 엄마가 온 모습을 보고는 아빠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동한이가 아빠에게 달려가서 아빠 얼굴에 자기 얼굴을 부비며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자 아빠도 동한이를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단다.
"아빠 우리 집에 가요... 아빠가 해주는 밥도 먹고 싶고, 아빠도 보고싶단 말이야"
"동한아...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은 아빠가 없으면 안되는 사람들이란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아빠를 너무 좋아해... 아빠는 이 사람들을 돌보아주어야 해... 아빠도 동한이가 너무 보고 싶지만... 동한아... 그러면 아빠랑 약속 하나 할까? 아빠가 보고싶으면 매주 토요일날에 엄마랑 아빠를 보러 오는 건 어떨까? 와서 산에서 풀피리도 만들고 풀반지도 만들면서 놀자꾸나"
"좋아요 아빠... 매주 아빠 보러 올께요..."
동한이는 매주 토요일마나 아빠를 찾아와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단다"
끝~~~
이야기가 끝나자 하윤이는
"이야기가 전에 이야기하고 많이 다르네..." 하면서 지난 번에 내가 해주었던 이야기를 정확히 기억해내었다...
"그래도 아빠, 이 번 이야기가 더 감동적이다" 하면서 잠이 들었다...
연우는 여운이 남았는지 눈을 말똥 말똥 뜨더니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지 자꾸만 물어보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첫날처럼님은 아무래도 동화작가로 등단하셔야 할 듯 합니다.
우쩌면 그리 스토리텔링이 뛰어나십니까염?^^
이 글을 읽기 전에 제가 이런 시를 찾아냈어요.
스며드는 것/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들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바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저 시 읽고 나니까, 제가 간장게장을 좋아해서 잘 담가먹는데,
앞으론 어떻게 먹나 싶었어요.
그리고.. 우리 밥 먹는데 참 많은 희생이 따르는구나.. 하는 생각이요.
마침 첫날처럼님 이 글을 읽고 나니까, 모든 피조물들의 생명지키기가 연상되어서요.
아~~암게의 눈물겨운 모정에 눈물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