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관련링크 : |
---|
이제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군요.
늦가을에 시 한 편을 읽고 듣습니다.
가을에는 보통 낭만적인 시를 읽는데
이 시는 내용 전체가 매우 슬픈 내용입니다.
반독재 투사이자 시인이었던
고 김남주 시인이 쓴
"이 가을에 나는"이라는 시를
시인 자신이 육성으로 낭송한 것과
김남주 시인에 관한 내용을 올립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몸을
가둔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REc1oopy4_s 이 가을에 나는/ 시, 낭송: 김남주
http://cafe.daum.net/cowroom/DnAF/637?q=%C0%CC%20%B0%A1%C0%BB%BF%A1%20%B3%AA%B4%C2&re=1
시인 김남주 소개
이 가을에 나는
시. 김남주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오라에 묶여 손목이 사슬에 묶여
또 다른 곳으로 끌려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번에는
전주 옥일까 대전 옥일까 아니면 대구 옥일까
나를 태운 압송차가
낯익은 거리 산과 강을 끼고
들판 가운데를 달린다
아 내리고 싶다 여기서 차에서 내려
따가운 햇살 등에 받으며 저만큼에서
고추를 따고 있는 어머니의 밭으로 가고 싶다
아 내리고 싶다 여기서 차에서 내려
숫돌에 낫을 갈아 벼를 베고 있는 아버지의 논으로 가고 싶다
아 내리고 싶다 여기서 차에 내려
염소에게 뿔싸움을 시키고 있는 아이들의 방죽가로 가고 싶다
가서 그들과 함께 나도 일하고 놀고 싶다
이 허리 이 손목에서 오라 풀고 사슬 풀고
발목이 시도록 들길 한번 나도 걷고 싶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리고 논둑길 밭둑길을 내달리고 싶다
가다가 목이 마르면 샘물에 갈증을 적시고
가다가 가다가 배라도 고프면
하늘로 웃자란 하얀 무를 뽑아 먹고
날 저물어 지치면 귀소의 새를 따라 나도 가고 싶다 나의 집으로
그러나 나를 태운 압송차는 멈춰주지를 않는다
내를 끼고 강을 건너 땅거미가 내리는 산기슭에 돈다
저 건너 마을에서는 저녁밥을 짓고 있는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김남주 시인 본인의 육성으로 저 시를 들으니
문자로 읽을 때와 달리
뭔가 전율이 전달되는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