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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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부께서 돌아가셨다...
나에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이 진실이 아님을 알려주신 분...
그 분은 나에게 아버지와 같았고, 나에게 다정한 친구 같은 분이셨다...
평생을 댓가 없이 남을 위해서 살다 가신 분...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모부님은 현실감각 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낭만주의자였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모부님을 감히 "성자" 라고 부르고 싶다...
아버지 공장이 부도 나고 오갈데 없는 우리를 10년간이나 아무 말없이 거두어 주신 분... 맛있는 것이 생기면 당신의 아이들보다 우리를 먼저 챙겨주시던 분... 우리를 항상 흐뭇한 웃음으로 너무나 귀하게 사랑해주신 분...
그런 분이 루게릭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천형을 받으시고... 4년간 힘들게 투병하시다가 목요일 저녁 7시 경에 마지막 남은 움직이는 엄지 손가락 하나로 간병하시는 권사님 손에 (파킨슨 병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글귀를 남기시고는 홀연히 떠나셨다...
한 번씩 찾아뵐 때마다 나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왜 저렇게 한 평생 착하게 살아가신 분이 왜 이런 고통을 당하셔야 하는가 하는 그 모순된 현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나님을 원망했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이모부의 입관을 보고 왔다... 마지막 가시는 길... 그 낯선 싸늘한 볼을 손으로 만지고 볼로 부비면서 서러운 눈물이 터져나왔다... 우리 이모부는 항상 따뜻했는데...
어쩌면 내 눈물은 지금껏 이모부님께 무관심했던 나 자신의 모습에 대한 회한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 모습을 합리화하려는 눈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모부께 드릴 수 있는 건 이 값 싼 눈물 뿐...
편히 잘 가세요 이모부...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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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부를 땅에, 그리고 가슴에 묻고 돌아오는 길에 다들 이모부에 대한 추억을 하나씩 하나씩 내어 놓으며 즐거운 이야기꽃이 피었다.
이모부와 이모가 처음 만나게 된 계기... 이모에게는 오빠였던 큰 외삼촌이 옛날 청구대(현 영남대) 야간으로 다니던 시기에 항상 맨 앞에 앉아서 교수님의 말씀을 너무나 열심히 들으며 성실히 생활하던 한 자그마한 청년이 계속 눈에 들어와서 그 청년과 친하게 지내면서 이모에게 소개시켜 줬는데... 그 분이 바로 이모부였다고 한다...
한 번도 부부싸움 안하셨을 것 같았던 이모부도 딱 한 번 이모한테 열 받아서 김을 쫙쫙쫙 다 찢으셨던 적이 있었다고...
내가 결혼하고 얼마 안 있어서 요로 결석이 왔는데... 너무 고통스러워서 진통제 주사 받은 걸 직접 놓지를 못하고 있자... 어머니의 연락을 받으신 이모부께서 귀찮아하시지 않고 출동하셔서 아프지 않게 주사를 놓아 주셨던 기억...
루게릭 판정을 받고 매일 호흡 훈련, 근력 운동 등을 막내 였던 은영 누나랑 병원에서 하실 때... 상태가 계속 나빠지던 중... 누나가 "아빠, 아빠는 언제가 가장 행복했었나요?" 라고 묻자 인자한 웃음을 웃으시며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라고 하셨다고... 농담하지 마시라고 다시 묻자 그래도 대답은 똑같았다고...
이모부는 못 먹는 것보다도, 못 움직이는 것보다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속으로만 찬송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하셨다고...
ㅠ ㅠ
꽃은 그 향기로 기억이 되는 듯...
예수가 떠나고 난 후... 마가의 다락방에 모였던 제자들도 예수에 관한 추억들로 이야기 꽃을 피웠을 듯...
참 인상이 선하시네요. 루게릭 고통이 크셨을텐데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셨다는 말씀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일 저에게도 도저히 피해갈수 없는 극한의 고통이 찾아온다면..
어떨까, 그 때도 평상시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담담히 죽음을 받아드릴 수 있을까..
요즘 더 부쩍 드는 생각입니다. 늘 염원해왔듯 평안하게 고통도, 죽음도 받아드릴 수만 있다면..
'지금, 여기'의 삶이 좀더 더, 풍요로워질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어린연우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드리는지 궁금하군요. 공손히 손을 모으고 지켜보는 걸 보니,
호기심이 아니라 죽음을 또다른 삶으로.. '경이', '예'로 받아드리는 것 같군요.
아래 연우의 공손 모드의 사진을 어쩌다가 찍게 되었어요... 실제로는 장례식의 모든 과정이 너무 신기했던 연우가 넋을 놓고 보고 있는 장면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