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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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눈이 많이 내렸네요.
대구는 눈이 잘 안 오는 편인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하얀 눈으로 덮였네요.
눈이 오면 불편한 것도 있지만 보기에는 참 좋습니다.
시 중에 그런 시가 있다고 하더군요.
"눈이 내립니다. 눈이 내립니다. 모두가 무죄입니다."
동요 중에는 이런 가사가 있죠.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겨울엔 겨울엔 하얄 거예요.
산도 들도 나무도 하얀 눈으로 하얗게 하얗게 덮인 속에서
깨끗한 마음으로 자라니까요."
눈이 오는 날이면 이런 시와 노래들이 생각납니다.
겨울에 듣지 않을 수 없는 명곡이 있죠.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의 연시집에
'가곡의 왕' 프란츠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겨울나그네>가 바로 그 곡입니다.
모두 24곡으로 되어 있죠. 정말 겨울에 안 들으면 섭섭한 명곡이라고 생각됩니다. ^^
이런 곡은 특히 추운 겨울밤에 들으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연시집에 곡을 붙인 것을 '연가곡'이라고 하죠.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슈베르트의 3대 연가곡이
<겨울나그네> <백조의 노래>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입니다.
스위스 출신의 신학자 칼 바르트도 슈베르트의 연가곡을 언급하곤 했었죠.
사실 '가곡의 본고장'은 독일입니다.
독일 가곡 '리트'는 말 그대로 예술가곡이죠.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서 문학과 음악이 결합된
아주 격조 높은 예술이죠.
독일 가곡 같은 경우는 오케스트라 반주로 부르는 것보다
피아노 반주로 부르는 게 훨씬 더 듣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독일 예술가곡에서 피아노 반주는 단순히 반주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연주라고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슈베르트 같은 작곡가는 자신이 작곡한 가곡에서
성악가의 가창 못지 않게 피아노 반주가 두드러지도록 했죠.
이 <겨울나그네>는 한 실연당한 연인이
절망스런 마음으로 쓸쓸히 길을 걸어가는 것을
모두 다 1인칭으로 표현한 내용입니다.
독일가곡 하니까 한 가지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제가 존경하는 우리나라 성악가 고 오현명(베이스) 선생님께서
생전에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예전에 독일에 교환교수로 갔다 오신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나 더 이상 독일 가곡 안하겠다."고 말씀하신 겁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다른 나라 성악가들이 독일어를 읽을 줄도 알고
쓸 줄도 알고 어느 정도 안다고 해서 괴테 같은 시인이 쓴 독일 시의
그 오묘한 의미와 깊이를 제대로 표현해 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라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현명 선생님의 그 말씀에 공감을 합니다.
그 나라 가곡은 그 나라의 성악가가 부르는 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독일 성악가들이 <겨울나그네>를 노래한 것을 올립니다.
물론 우리나라 성악가들 중에도 독일 가곡을 잘 부르는 분들이 많지만
역시 독일 성악가들의 발음과 음성으로 듣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
스물 네 곡 전곡을 다 올리지는 못하고
첫 번째 곡과 다섯 번 째 곡을 올립니다.
들으시는 분들의 이해와 감상을 위해 가사도 함께 올려 드립니다.
그리고 보너스(?)로 우리 가곡 "눈"을 함께 올리겠습니다. (눈이 온 날이라서! ㅎㅎ)
"눈"이라는 곡은 MBC대학가곡제 대상 수상곡입니다. 경제학도가 작사, 작곡했다는군요.
겨울나그네와 함께 이 추운 겨울을 지내 보시는 것도 괜찮으실 겁니다.
아 참! 한 때 다비아에서 제 닉네임이 "겨울나그네"였습니다. ^^
1. 첫 번째 곡 - Gute Nacht / 안녕히
http://www.youtube.com/watch?v=dBe61Rgd9Us 독창: 페터 슈라이어(테너)
나는 이방인으로 왔다가
다시 이방인으로 떠나네
5월은 수많은 꽃다발로
나를 맞아 주었지
소녀는 사랑을 이야기했고
어머니는 결혼까지도 이야기했지만
지금 온 세상은 음울하고
길은 눈으로 덮여있네
가야할 길조차도
내 자신이 선택할 수 없으나
그래도 이 어둠 속에서
나는 길을 가야만 하네
달 그림자가 길동무로 함께 하고
하얀 풀밭위로
나는 들짐승의 발자국을 따라가네
사람들이 나를 내쫓을 때까지
머물러 있을 필요가 있을까?
길 잃은 개들아
마음대로 짖어보렴
사랑은 방랑을 좋아해
여기저기 정처 없이 헤매도록
신께서 예비하셨지
아름다운 아가씨여, 이제 안녕히
그대의 꿈을 방해하지 않으리
그대의 안식을 해하지 않으리
발걸음 소리 들리지 않도록
살며시 다가가
그대 방문을 닫고
'안녕히'라고 적어놓은 다음
그대로 떠나리라
그러면 그대는 알게 되겠지
내가 그대를 생각했다는 것을
2. Der Lindenbaum / 보리수
http://www.youtube.com/watch?v=jyxMMg6bxrg 독창: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바리톤)
성문 앞 우물가에
보리수가 한 그루 서 있어
그 그늘 아래서
수없이 달콤한 꿈을 꾸었지
줄기에
사랑의 말 새겨 놓고서
기쁠 때나 즐거울 때나
이곳에 찾아왔지
이 깊은 밤에도
나는 이 곳을 서성이네
어둠 속에서도
두 눈을 꼭 감고
가지는 산들 흔들려
내게 속삭이는 것 같아
"친구여 이리와,
내 곁에서 안식을 취하지 않으련?"
찬바람 세차게 불어와
내 뺨을 스쳐도
모자가 날아가도
나는 돌아보지 않았네
오랫동안
그곳을 떠나 있었건만
내 귀에는 아직도 속삭임이 들리네
"이곳에서 안식을 찾으라"
3. 한국 가곡 "눈"
http://www.youtube.com/watch?v=SmRWGFC4GNA 독창: 테너 이원준
아, <보리수> 참 좋은 곡이죠.
중학교 1학년 때
아는 형이 성악을 했었는데
학교 축제에서 <보리수>를 불렀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빛이 조명에 반사되어서 인지
눈과 얼굴에서 반짝거리는 은빛 별이 떠 있는 걸 본 기억이 있어요.
과장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보였어요. 처음엔 얼굴에다 뭘 붙여놓은 줄 알았죠.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사람의 얼굴에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노래와 노래 부르는 자가 하나가 된 느낌에 충격을 받았었는데
그 때 기억으로 아직도 이 노래를 좋아해요.
3번으로 올리신 한국 가곡도 참 좋네요.
덕분에 잘 들었습니다.
대구에는 많은 눈이 내렸군요~
서울은 전혀 눈이 오지 않았습니다.ㅎㅎ
올려주신 시도 좋고
이 계절에 듣는 겨울나그네...정말 좋네요~
제 마음에 쓸쓸함이 둑..둑..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설명도 꼼꼼이 올려주셔서 음악을 더 풍성하게
들을 수 있는 것 같아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멋진 곡들 많~이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