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17)

적극적으로, 나는 죽음 이후의 새로운 생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걸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말을 꺼냈으니 짧게라도 한 마디는 해야겠다. 하늘나라에 가서 주님과 더불어 영원한 안식을 누린다는 식의 신앙적인 언어로 포장된 말은 빼고 해야겠다. 이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집은 산으로 올라가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내 서재 창문을 통해서 언덕에 있는 대나무나 참나무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서너 개의 무덤이 있다. 오래 된 것도 있고, 오래되지 않는 것도 있다. 우리 집에서 대략 삼십 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층 서재의 창문에서 무덤이 보였는데, 요즘은 대나무가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반대 창문을 통해서는 건너편 산이 보인다. 거기에도 무덤이 곳곳에 보인다. 나는 늘 그 무덤을 생각한다. 어제 밤에도 늦게 집에 들어오면서 대나무 숲 너머의 무덤을 생각했다. 어떤 때는 아주 추운 날 집 마당에 나와 바람을 쐬면서 무덤의 시체를 생각한다. 언젠가 나도 저런 운명에 떨어질 것이다.

 

그 시체가 한편으로는 부럽다. 그들은 혼자 땅속에 묻혀 있어도 괜찮다. 내가 지금 그 시체와 같은 처지에 떨어진다면 얼마나 두려워하겠는가. 그 친구들은 칠흑 같은 어둠에서도 무서워하지 않고, 영하 10도에도 추위를 타지 않는다. 지금 살아있는 우리가 힘들어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그들은 자유롭다. 오해는 말기 바란다. 나는 죽음 예찬론자가 결코 아니다. 죽음을 초월한 것처럼 도사 연 하는 사람도 아니다. 가능한대로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이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가 죽음을 통해서 주어진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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