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부인(4)
목사 부인을 정말 힘들게 하는 것은 남편과의 관계다. 사람에게는 남을 괴롭힘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가학증이 있는데, 목사라고 해서 이런 정신적인 질환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아내를 습관적으로 구타하는 목사들도 있다. 의처증이 있는 목사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과 함께 부부로 사는 건 피곤한 일이다. 피곤한 정도가 아니라 정상적인 삶을 꾸려나갈 수 없다. 이런 경우는 목사 여부와 상관없이 부부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접어두자. 목사의 특수한 입장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목사 아내의 어려움만 잠간 짚자.
목사는 여자 신자와 만나는 일들이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많다. 한국교회 신자들 중에서 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도 하고, 낮에도 교회행사에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이 주로 여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목사 부인이 겪는 정신적인 어려움이 개인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크다. 아내인 자기와는 따뜻한 대화를 나누지 않는 남편이 여자 신자에게 살갑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남편의 그런 일이 목회라고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별로 달가운 일이 아니다. 이런 아내의 입장을 헤아려줄 수 있는 목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헤아려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모르긴 몰라도 목사 부인들 중에서 교회 일과 남편 문제로 인해서 정신과 치료나 상담 치료를 받아야 할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가 많은 남편을 만났기 때문이라거나 본인에게 정신적인 결함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런 경우라면 불가항력이지만, 한국교회에서 목사 부인이라는 자리가 차지하는 독특한 성격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은혜가 없어서 그렇다는 말에 신경 쓰지 말고 가능한 서둘러서 치료받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