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23)- 새해 인사
2013년 3월15일(금요일)에 원당으로 이사를 왔다. 두 달여 만 지나면 2년이 된다. 세월이 이렇게 빠르다. 원당에서의 생활도 10년, 그리고 20년이 훌쩍 흐르고 말 것이다. 그리고 내 나이도 그렇게 늘어날 것이며, 남은 인생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그 세월과 맞서봐야겠다. 그래봤자 당랑거철(螳螂拒轍- 마차 바퀴를 막아보려는 사마귀 형국)에 불과하지만 그걸 각오하는 것 자체가 맞서는 거 아니겠는가.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지금 이 시간은 그 첫날이 벌써 어두워진 순간이다. 아직은 첫날이다. 원당의 밤이 어떤지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은 모를 것이다. 대나무 숲과 그 너머의 무덤과 하늘의 별과 배고픈 길고양이들, 가로등과 기차소리 등등, 모든 게 도시와는 정반대다. 차츰 이런 이야기를 풀어놓게 될 것이다. 이제 모든 분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것은 그렇게 정확한 인사가 아니다. 복은 이미 받았으니, 그걸 복으로 인식하는 게 중요할 뿐이다. 그래도 우리의 인사 풍속도이니 그대로 인사를 해도 괜찮을 것이다.
새해는 어떤 계획이 있는가, 하는 질문과 더불어 그런 계획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덕담도 서로 나눈다. 나는 특별한 신년 계획이 없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설교를 알아듣기 쉽게 하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설교행위에 대한 열정이다. 이게 나에게는 크게 부족하다. 회중들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성경 텍스트에만 몰두하는 것은 좋지만 설교가 성서강해도 아니고 신학강연도 아니니까 회중들과의 정서적, 감정적 공감대를 넓히는 것은 중요하다. 이건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타고 나는 것일 수도 있고, 정말 성령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설교자라고 한다면 굳이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저절로 그런 공감대는 확보될 것이다. 내가 말씀의 깊이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원당일기>는 단순히 원당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가 주축이겠지만 원당과 직접 관계없는 이야기도 하게 될 것이다. 크게 봐서 원당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쓰는 일기, 또는 에세이, 또는 단상이나 잡문 정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