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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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무는 어느날,
어린시절,학교가던 길을 가보고 싶었다.
얼마있지 않으면 사라질 초등학교에서 부터 없어진 옛 산골 집으로 차를 몰았다. 뱃뜰골 동네를 지나고 나니 가파른 언덕길이 나와 더이상 차를 몰수 없어 세워두고 구두를 신은 채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
한발짝 한발짝 걸을수록 묘한 느낌이 들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오래전, 숨찬 언덕길과 숲길을 걷던 그 어린 소년이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하도 가난해서 점심을 싸가지 않아 고픈 배를 움켜지고 걷던길,
늦게까지 친구들과 구슬치기 하느라 해가 떨어지는 지도 모르고 놀다가 어두운 공동묘지 숲길을 무서워 떨면서 걷던길, 빛나는 졸업장을 안고 들뜬 기분으로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걸었던 그길.
칠흑같은 어둠과 도깨불이 계속 따라와 무서움에 다리가 풀린 나에게 길 동무가 되어안심을 시켜주던 참새, 매일 환하게 웃음으로 반겨주던 예쁜 꽃들, 자주 만나던 노루와 토끼들, 소나무와 이름모를 풀잎들은 나의 익숙한 친구들이었다.
사실 지금도 잘 믿기진 않지만, 그때 난 그들과 늘상 대화를 하면서 걸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에게 "안녕"하고 손짓을 하며 " 40년만에 너희들 만나러 친구가 왔다"하고 미친 사람처럼 외쳤다. 그때 갑자기 온갖 풀들과 소나무들이 흔들면서 예전처럼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오솔길을 걷다가 큰 소나무 한그루를 보고 걷던 발걸음을 멈춘 채 한참동안 안아주고 있으니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잠깐만 걸으려고 했는데, 옛살던 집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어떻게 이 먼길을 혼자서 어린애가 다닐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신기했다.
당시 동네사람들은 밤에 무서워서 화장실에 못가는 자식이 있으면 "저 서 바수구니 손자(할아버지가 입이 커서 바구니라는 별칭) 좀 봐라, 저 어린것이 산길을 다니는데." 하며 혼을 내었다고 한다.
날씨가 꽤 추었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 아. 바람이다.
외롭고 힘들었던 가슴을 달래주던 친근한 벗 그 바람. "
하늘의 달과 별, 구름과 바람을 매일 보고 느끼며 살던 그 옛날 그 시절로 왠지 돌아가고 싶어진다. 물론, 다시 돌아가서 살라고 하면, 살지 못하겠지만.
블루밸리 산업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이제 곧 이길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소중한 꿈의 길은 영원히 기억의 공간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새해는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어리석은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해본다.
어릴 때 뛰놀던 고향은 어머니 품이지요.
그런 고향이 있는 분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다 없어지기 전에 자주 가보셔야겠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