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절
오늘 1월6일부터 주현절이 시작해서 2월15일 주일까지 계속된다. 주현절은 Epiphany of the Lord(주의 나타나심)을 기리는 절기다. 전통적으로는 동방박사의 아기 예수 경배와 연결된다. 또 다른 전통으로는 예수의 세례다. 세례 순간에 하늘로부터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몇몇 전승들이 결합되어 있는 이 주현절 절기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 즉 하나님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존재라는 신앙에 토대한다.
영어 단어 Lord는 보통 ‘주’로 번역된다. 그 단어는 고대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부를 때 사용한 ‘아도나이’와 같은 뜻이다. 고대 유대인들은 하나님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아도나이는 하나님에 대한 이름이 아니라 하나님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메타포다. 여호와, 엘로힘이라는 단어도 다 마찬가지다. 이런 단어를 하나님에 대한 직접적인 호칭으로 보면 곤란하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존재이기에 언어로 담아낼 수 없다. 그런데 초기 기독교인들은 바로 그런 하나님이, 즉 주(主)가 예수라고 고백한 것이다. 초월자이면서 전능자인 그 분이 역사 내재적인 존재인 인간 예수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바로 그 예수가 지금 여기 원당리 작은 마을 한쪽 언덕에 기대서 살고 있는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2천 년 전의 예수가 오늘 나에게 실제로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과연 내가 예수에게서 하나님을 경험하고 있을까? 태양빛이 비추면 손전등이 필요 없는 것처럼 예수를 하나님으로 경험함으로써 그 외의 모든 것이 필요 없는 삶의 단계로 실제로 들어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