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들
지난 토요일에 누이동생 둘이 각각 남편과 함께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 묵고 갔다. 바로 밑은 세 살, 막내는 다섯 살이 나보다 적다. 매제들은 다 나보다 한두 살씩 많다. 매제들은 다 환갑이 넘었고, 바로 밑 누이는 일 년쯤, 막내는 삼년쯤 남았다. 다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셈이다.
누이동생들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짠하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까 누이들은 갓 난 아이였을 때 엄마를 잃은 것이다. 내 바로 위로 여자 아이는 육이오 때 죽어서 우리 남매 여섯은 위로 셋, 아래로 셋 사이에 터울이 좀 난다. 나는 누이동생들과 같은 세대를 산 것이다.
남자 아이야 가정 형편이 어려워도 그럭저럭 지내지만 여자아이들은 어려운 일이 수도 없이 많다. 그 모진 세월을 누이들이 잘 버텨낸 것 같다. 어릴 때 누이들과 함께 지낸 즐거운 일들도 기억에 남아 있다. 새어머니가 오셨을 때 우리 셋은 서로 ‘먼저 엄마 하고 불러봐.’ 했다. 가끔 방바닥에 누워 노래도 같이 불렀다. 바로 밑 누이는 아들만 둘, 막내는 딸과 아들을 각각 두었다. 다들 첫째만 출가시켰는데, 금년 안에 둘째도 출가시킬 모양이다. 요즘은 어린 손자를 키운다고 한다. 동생들 부부를 위해서 나도 설교 준비를 미리 끝내고 모두 함께 경주를 들려, 영천 시장까지 갔다가 밤늦게까지 원당 언덕배기 우리집 식당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주일 아침에는 우리 부부만 먼저 교회에 가고 그들은 오빠 집 청소를 해준다고 남았다가 천천히 올라갔다. 가톨릭 신자들이니 서울에 가서 오후 미사를 참석한 것으로 안다. 서울에서 이곳 영천 원당까지 거리에 비해 아주 짧은 나들이가 즐거웠을지, 여름에 다시 오라고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누이 동생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짠하다.' → 몇 년전부터 남동생보다 여동생을 더 챙기는 것이 돌아가신 아버님을 대신하려는 마음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