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당길 111

 

요즘은 주소가 이중으로 불린다. 옛날 주소로 우리 집은 원당리 113-2인데, 새 주소로는 대원당길 111이다. 마을은 코딱지만 한데 새 주소 명으로 대()를 붙었다. 뼈대 있는 집안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는 자부심의 발로다. 그런데 후손들이라고 해봐야 대개는 늙었고, 젊은이들은 다 타지에 산다. 나는 우연한 기회로 이 마을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살게 될 것이다. 시골의 겨울은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우리 동네는 대나무가 많아서 그런대로 생기가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아래 사진은 모과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우리 집 풍경이다. 작년에는 모과가 딱 한 개 열렸다. 올해는 어떨지 기대가 된다. 오른쪽 이층이 내 서재다. 사시사철 하루 종일 저기서 나는 지낸다. 밥 먹을 때만 내려온다. 넉넉잡아 3,4십년 후 내가 죽고, 아내도 죽고, 딸들은 아마 다른 데서 살게 될 텐데, 그러면 저 서재에서 누가 살지, 그리고 모과는 누가 따게 될지, 궁금하다.

IMG_019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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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세계

2015.01.19 14:27:20

모과나무의 잔가지들이 가시처럼 보여서 그런지

시골의 겨울 뿐만 아니라 집도 좀 을씨년스럽습니다~ㅎㅎ

오른쪽 건물 2층이 목사님의 서재군요? 창문도 넓어서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참 좋을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모과는 누가 따게 될까?' 흡사 영화제목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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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5.01.20 00:08:50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 제목에 상아 따먹는 게 나오던데요.

정확하지는 않지만요.

겉으로는 을씨년스러워도 실제는 포근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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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세계

2015.01.20 09:43:35

음...그러고보니

삭막한 세상에서 영혼의 안식을 거둘 수 있는

정말 따뜻한 쉼터로 보이네요...ㅎㅎ

샘터

2015.01.20 11:29:55

웬지 추워보이는데 오른편 1,2층을 관통하는 난로하나 놓으면 좋겠습니다.

산책하시다가 나뭇가지 주워다가 불쏘시개하시구요..

나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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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5.01.20 23:04:32

참 낭만적이고 실용적인 의견이군요.

그 자리에 지금 피아노가 놓여 있는데,

오늘 집사람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피아노를 다른 데로 치우고 거기에 나무 난로 하나 놓자구요.

문제는 피아노를 옮긴 장소가 마땅찮다는 건데요.

딸들이 빨리 시집 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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