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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당길 111
요즘은 주소가 이중으로 불린다. 옛날 주소로 우리 집은 원당리 113-2인데, 새 주소로는 대원당길 111이다. 마을은 코딱지만 한데 새 주소 명으로 대(大)를 붙었다. 뼈대 있는 집안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는 자부심의 발로다. 그런데 후손들이라고 해봐야 대개는 늙었고, 젊은이들은 다 타지에 산다. 나는 우연한 기회로 이 마을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살게 될 것이다. 시골의 겨울은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우리 동네는 대나무가 많아서 그런대로 생기가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아래 사진은 모과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우리 집 풍경이다. 작년에는 모과가 딱 한 개 열렸다. 올해는 어떨지 기대가 된다. 오른쪽 이층이 내 서재다. 사시사철 하루 종일 저기서 나는 지낸다. 밥 먹을 때만 내려온다. 넉넉잡아 3,4십년 후 내가 죽고, 아내도 죽고, 딸들은 아마 다른 데서 살게 될 텐데, 그러면 저 서재에서 누가 살지, 그리고 모과는 누가 따게 될지, 궁금하다.
모과나무의 잔가지들이 가시처럼 보여서 그런지
시골의 겨울 뿐만 아니라 집도 좀 을씨년스럽습니다~ㅎㅎ
오른쪽 건물 2층이 목사님의 서재군요? 창문도 넓어서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참 좋을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모과는 누가 따게 될까?' 흡사 영화제목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