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만남

 

제목이 야릇하지만 별 일이 아니다. 오늘 웬일인지 집사람이 산책을 다녀오자고 해서 나갔다. 다른 때는 내가 가자고 해도 귀찮다고 하던 사람인데, 지난 연말에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진단을 받아서 그런지 운동 좀 해야겠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수치가 그렇게 높지 않아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번 겨울 내도록 컬튼가 뭔가 하는 걸 하느라 몇 시간이고 앉아만 있더니, 이제 움직이려고 하니 다행이다.

 

일전에 나 혼자 산책을 나갔던 길과 반대로 갔다. 마을 북쪽으로 빠져 작은 계곡을 끼고 동편으로 돌아가면 우리 집에서 보이는 작은 산의 뒤편으로 이어진다. 그쪽은 지금 고속도 공사를 위해서 소나무를 캐가느라 산을 파헤쳐놓았다. 그래도 길이 닦여서 다니기는 좋게 되었다. 산 뒤편으로 돌아 한창 올라가는데 웬 사람이 혼자 내려오고 있었다. 가까이 와서 보니 승려였다. 우리 동네 선암사 주지였다. 지난 번 눈 쓸러 나갔을 때 본 그 모습이 기억났다.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하고 지나쳤다. 조금 더 올라가니 위에서 부부가 내려온다. 등반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산책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이 길을 부부가 내려오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가까이 와서 보이 우리 동네 사람이다. 이런 데서 만나다니 이상한 만남이지 않은가. 자기들은 더 멀리 돌아서 간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좋은 등산로를 자신들이 발견했다고 말이다. 오늘도 멀리 보이는 무덤을 가리키면서 그쪽까지 가서 다시 돌아가면 동네로 내려올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언제 한번 함께 가보자는 말을 하고 헤어져서 우리는 내려왔다. 반가웠다. 노인들만 사는 동네인줄 알았는데 등반을 즐기는 부부가 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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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겨

2015.01.21 00:12:29

잘못된 만남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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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5.01.21 23:03:09

ㅎㅎ, 잘못된 만남은 원래 없는 거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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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

2015.01.22 22:21:0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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