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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나는 커피 마니아가 못된다. 맛의 깊이를 잘 모른다. 그걸 즐기려면 시간과 몇몇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는데, 그게 나에게는 부족하다. 게으름이 가장 이유다. 커피를 그냥 마셔도 좋지만 빵과 곁들여 마시는 게 좋다. 나에게는 그렇다.
우선 살짝 구운 빵 위에 치즈를 바르고 다시 슬라이스 형태로 된 햄을 올려놓고 먹는다. 아주 간단하다. 맛은 환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먹을 만하다. 그러면 됐지 더 이상 무엇을 더 바라랴. 그걸 먹고 오늘 하루도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다른 먹을거리도 마찬가지지만, 매일 아침에 빵을 먹으면서 나는 하늘과의 일치를 느낀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나는 아침마다 하늘을 먹는다. 그래서 매일 아침 식탁이 즐겁다. 이것보다 더 엄청난 사건, 또는 행위가 있을까? 지금 내 입으로 들어가는 빵의 재료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 밀은 내가 알지 못하는 어느 언덕 밀밭에서 자랐다. 밀이 자라도록 우주가 힘을 보탰다. 그 밀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쳐서 빵이 되어 내 아침 식탁 앞에 놓여 있다. 그걸 내가 먹을 수 있다니, 얼마나 황홀한 일이냐. 밥도 마찬가지다. 식사행위는 거룩한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원당 숲에서 존재의 기쁨을 누린다.
감사의 이유가 새롭게 다가 오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