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읽는다.
<나는 읽는다>는 아무개 주간지 도서 담당 기자의 책 제목이다. 나는 책읽기에서 그분의 내공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대충 흉내는 내려고 노력한다. 한글을 깨우친 후부터 지금까지 나는 비교적 많은 걸 읽으면서 살아왔다. 나의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시절에는 읽을거리가 별로 없었다. 많은 경우에 아이들은 밥 세끼 먹으면 다행이라고 여기면서 자랐다. 읽을거리는 기껏해야 교과서다. 그것도 어떤 경우에는 청계천 헌책방에 가서 구입해야만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나는 교과서를 미리 읽었다. 그게 재미있었다. 당시 우리 집에는 어린이 용 동화책이 한 권도 없었다. 언젠가 이웃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동화책 <플란다스의 개>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자세한 내용은 다 잊었지만, 멀리 팔려간(혹은 어쩔 수 없이 떨어지게 된) 개가 긴 여정 끝에 주인 아이를 찾아가는 그 과정의 이야기가 그림처럼 내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었다.
지금도 거의 매일 책을 읽는다. 성경도 읽고, 시와 소설도 읽고, 철학책이나 과학책, 그리고 월간지와 주간지를 읽는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인터넷 신문을 통해서 읽는다. 공짜로 보는 게 미안해서 어떤 인터넷 신문사와 진보 운동단체에는 월 1만원 회원으로 가입했고, 두 군데 주간지와 한 군데 계간지는 돈을 내고 본다. 그 외에도 정기적으로 내게 간행물을 보내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설교 준비를 위해서 성경도 읽고, 주석서도 읽는다. 수요일 성경공부 준비를 위해서도 뭔가를 읽어야 한다. 성경을 좀더 집중해서 읽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시간이 좀 부족하다는 말인데, 이것도 사실은 핑계에 불과하다. 요즘은 매일 <토지>를 조금씩 읽고 있다. 점심 먹고 쉬면서, 저녁 먹고 잠시,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잘들 때까지 자투리 시간에 읽는다. 전체 20권 중에서 지금 14권 째를 읽고 있다. 나는 기도하다가 죽는 게 가장 원하는 일이지만, 그게 안 된다면 책을 읽다가 그대로 고꾸라져 죽었으면 한다. 이런 행운이 내게 주어질까?
목사님 저는 책을 읽진 못하고 그저 만지작거리기만 해도 느낌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