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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읽기(10)
박의사의 자살 소식으로 큰 충격을 받은 서희는 일정을 잠시 바꿔서 딸처럼 키우고 있는 양현이의 친부 집을 향한다. 그쪽과도 미묘한 관계다. 그 집을 나와서 이제 평사리로 향하는 서희를 박경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했다. 그림과 같은 장면이다.
나루터에서 윤씨는 진주를 향해 돌아갔고 옷가방을 든 안자와 서희는 나룻배에 올랐다. 높고 푸른 하늘과 같이 강물도 푸르고 잔잔했다. 건너편 강가에는 가을을 타는 숲이 있었고 어디로 가는지 철새들이 높이 떠서 날아가고 있었다. 애처롭게 날아가고 있었다. 어찌하여 삼라만상, 머무는 것이 없는가. 마흔여덟의 최서희는 아직도 아름다웠다. 서산에 해가 지는, 그 노을빛같이 아름다웠다. 물살을 가르며 가는 배, 뱃전에 서 있는 여인, 하얀 숙소(熟素) 겹저고리 치마를 입고, 옷고름이 나부끼고 치맛자락이 강바람에 나부낀다. 그는 진정 아름다웠다. 고귀하고 위엄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외로운 모습이었다. 안자는 근심스럽게 서희 뒤에 서서 상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사리에 닿기까지 서희는 한마디의 말도 없었다. (16권 335쪽)
48세의 최서희는 아직도 아름다웠다...
대하드라마 <토지>는 세번이나 제작되었었어요.
한혜숙, 최수지, 김현주의 사진 첨부했어요..^^
대단한 표현력인것 같습니다.
글을 읽는 순간, 저절로 아름다운그림이 아니 동영상이 떠오르네요.
고귀하고 위엄에 차있지만 외로운 모습,
외로워보여서 더 아름답네요.
가을과 조화가 되어 더욱더 시리게 아름답습니다.
어찌하여 삼라만상, 머무는 것이 없는가?
이 글귀가 자꾸 눈에 띕니다.
목사님 덕택에 토지를 다 읽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