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과 함께
우리 집은 동향이다. 오전에는 빛이 깊숙하게 들어오지만 좀 지나면 남쪽에 자리한 부엌에만 들어온다. 겨울철에는 오전이 짧고, 여름철에는 길어서 부엌 외의 방들은 겨울철에는 춥게, 여름철에는 덥게 지낸다. 처음부터 들어와 살 작정으로 지은 집이 아니라서 방향이 좀 이상하게 되었다.
오늘 아주 행복한 순간을 다시 경험했다. 점심밥을 혼자 먹었다. 가족들은 다 일이 있어서 나갔다. 반찬은 냉장고에 들어 있던 두 세 가지다. 내가 원래 많이 먹는 편이 아니지만 모든 걸 맛있게 먹는다. 밥과 김치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늘은 며칠 전부터 먹다 남은 우거지 국이 있었다. 밥 조금, 김치 조금, 마른 반찬 조금, 우거지 국 조금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었다. 내가 몇 번 말했을 거 같은데, 혼자 먹을 때의 자유는 책을 볼 수 있다는 거다. 이게 좋은 습관이 아닌 건 안다. 먹는 행위에 집중하지 못할 염려가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게 나에게는 숙달된 거라서 다 잘 된다.
오늘 정작 말하려는 것은 햇빛이다. 우리 부엌 식탁은 오후 내도록 햇빛이 들어온다. 겨울철에는 거기가 황금자리다. 오늘 따라 밥을 먹으면 책을 보고 있는 나의 몸을 어루만지는 햇살이 유난히 감미로웠다. 어깨와 목과 손과 밥과 반찬에 온통 햇살들이 반짝거렸다. 더 이상 나에게 필요한 게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이렇게 행복한 식탁을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천만 원, 1억 원? 돈으로 매길 수 없다. 무한 값이다. 햇살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을 동안 그들과 좀더 친하게 지내야겠다.
모습이 그려집니다.
저는 아침 식사로 이 나라 특산물(?)인 감자와 고구마를 즐겨 먹습니다.
토마토도 1불이면 일주일 먹을 만큼 많이 주니까
늘 먹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