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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겨울 비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비가 내린다. 어젯밤에는 제법 소리가 들릴 정도였는데, 아침부터는 우산을 쓰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로 가는 비가 오락가락했다. 저녁 8시가 넘어서 북안면 소재지에 볼 일이 있어 가다보니 비라기보다는 차라리 안개라 하는 게 맞을 거 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내리는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 하늘에서 물을 쏟아 붓듯이, 그래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비가 있고, 차분하게 내리는 비도 있다. 바람을 동반하는 비도 있고, 새색시처럼 소리 없이 내리는 비도 있다. 만약 비가 늘 똑같은 방식으로 내린다면 그것처럼 재미없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비를 주제로 하는 노래나 시도 없을 게 아닌가.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비가 내리는 지구에서 비록 잠시 동안이지만 살고 있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오늘 원당은 비에 푹 젖었다. 비 내리는 날에는 고양이도 우리 집을 찾아오지 않는다. 보통 때는 2-6마리가 들락거리는데 오늘은 검은 얼룩인 어미 한 마리만 조용히 와서 내가 준 먹이를 조금 먹고 갔다. 나머지 놈들은 자기 집에서 비가 내리는 분위를 호젓하게 즐기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