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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연휴 전야
내일부터 구정 연휴가 시작되니까 원당에도 내일쯤에는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눈에 뜨일 것이다. 아이들 목소리도 들릴 것을 상상해보니 즐겁다. 혹시나 해서 하루 일찍 자식들이 온 집이 있나 해서 좀 전에 나가보았다. 평소와 똑같았다. 조용하다. 손님의 흔적이 없다. 자식들이 타지에서 다들 바쁘게 살다보니 미리 내려올 수 없는가보다. 구름 사이로 뜨문뜨문 별빛이 비치고, 가로등 불빛이 마을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한편으로는 한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평화롭다.
지금 우리 집도 조용하다. 네 사람이 각기 자기 방에 흩어져서 자기 일을 한다. 재작년엔가는 가족이 함께 구정 먹을거리로 부침을 만들기도 했는데, 별로 효과를 내지 못했는지 작년부터 집사람이 포기했다. 만두라도 함께 만들어 볼 수 있었는데, 그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마침 대게 한 박스를 들고 방문한 손님이 있어서 함께 별미 점심을 먹었더니 지금도 속이 든든하다. 이렇게 원당의 밤이 깊어간다.
각기 자기 방에 있어도 한 지붕 밑에 거함이 복이죠. 저는 빈둥지랍니다. 여긴 오늘까지(화) 카니발입니다. 이 카니발이 내일부터 시작되는 긴 사순절을 정말 잘 지키게 만들어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