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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6일(월)
성찬 빵을 떼며...
샘터교회는 매월 첫 주일에 성찬식을 거행한다. 지난 2월부터는 ‘리마 예식서’에 기초한 순서로 진행된다. 다른 건 접어두고, 어제 빵을 떼어 나눌 때의 느낌만 한 마디 하겠다.
나는 성찬에 참여하기 위해서 앞서 나온 신자들의 손을 본다. 그 손에도 사연이 오죽이나 많겠는가. 빵을 떼어서 그 손에 올려놓으면서 “이것은 주님의 몸입니다.” 하고 말한다. 그러면 그분들은 아멘으로 화답하면서 그 빵을 옆에 있는 포도주에 찍어서 먹는다. 지금 내가 떼어주는 이 빵이 이분들의 운명에서 마지막 먹을거리라면 이분들은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에서 더 이상 밀이 생산되지 않는 순간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3백만 년 전쯤 수많은 유인원들은 빙하기 앞에서 그렇게 멸종의 길을 걸었다.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개인들은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늙고 죽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 마지막 순간을 우리는 성찬에서 확인해야 하는 게 아닐는지.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이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빵 한 조각을 먹고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제 성찬예전을 인도하면서 이 생각을 하니 가슴이 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