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6일
씨의 현재
식물은 대개 씨가 있다. 씨가 없는 식물도 있는지, 나는 모른다. 꽃이 있으면 씨가 맺힌다. 아카시아도 꽃이 피고 씨가 맺힌다. 씨는 식물과 나무가 생명을 연장하는 통로다. 씨를 통해서 자신을 복제하는 거다. 사람도 역시 씨를 통해서 후손을 번식시킨다. 인간의 난자와 정자도 결국 씨가 아닌가.
씨도 모양과 크기가 가지각색이다. 내가 지난봄에 구입한 해바라기 씨는 제법 컸다. 러시안 해바라기는 1.5센티 정도 되어 보였다. 작년 가을에 몇 종류의 씨를 받아두었다. 봉숭아, 분꽃, 코스모스다. 씨는 생긴 게 별로다. 전혀 다른 꽃이라고 하더라도 씨에서는 별로 차이가 없다.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씨가 화려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동물이나 곤충에게 먹히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오늘 우리는 다 씨와 같다. 우리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 차이를 크게 보는 건 착각이다. 연봉 1억을 받는 사람과 3천을 받는 사람의 차이는 별 개 아니다. 이게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다. 차이를 확인하는 것으로 삶을 경험하는 오늘의 시대정신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 10배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래도 그는 하루에 다섯 끼를 먹을 수는 없으며, 대소변을 처리하지 않고 살 수도 없다. 엄청난 부자로 살았다고 해서 죽어서 썩지 않는 것도 아니다. 금으로 만든 그릇에 담긴 씨라고 해서 편지 봉투에 담긴 씨보다 더 훌륭한 것도 아니고 더 진실한 것도 아니고 더 가치 있는 것도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냥 씨로 존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