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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7일
씨의 능력
씨는 외견 별 거 아닌 듯하다. 생긴 것도 세련되지 못하고, 색깔도 대개는 둔탁하다. 검은 색, 누런 색, 회색, 이런 색깔의 적당한 배합이다. 그러나 때가 되면 씨는 정말 놀랍도록 변신하다. 질적으로 변한다. 씨의 능력이야말로 생명의 초절정이다.
씨의 그런 능력이 지금은 발현된 상태가 아니다. 은폐되어 있는 것을 현실(reality)로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하나님을 경험하기도 어렵다. 하나님은 생명의 능력이 씨에 은폐되어 있는 것처럼 세상에 은폐된 궁극적인 생명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폐되었다고 해서 실제로는 아무런 능력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 능력의 실행 방식이 우리의 기대와 다를 뿐이다. 하나님은 제국의 황제들이나 대기업의 총수처럼 외적인 폭력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무기력한 방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신다. 예수의 십자가는 무기력의 전형이다. 그러나 신앙의 눈이 있는 사람은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구원 능력을 본다. 신앙의 눈은 어떤 마술적인 작용이 아니라 근본을 직관하는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