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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7일
하나님이 싸운다
지난 설교의 마지막 단락에서 칼과 창과 갑옷으로 완전무장한 골리앗 같은 세상에 대항하기 위해서 우리도 그들과 똑같은 방식의 칼과 창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악과의 싸움은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몫이기 때문이다. 싸움의 극치가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사실만 짚었지, 이게 무슨 뜻인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한두 마디만 더 짚겠다.
먼저 하나님이 싸운다는 말은 우리가 두 손 놓고 멍하니 하늘만 쳐다봐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삶은 아예 가능하지 않다. 수도원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수도원 생활도 치열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숨을 쉬고 사는 한 하나님의 싸움에 도구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해야 한다. 하나님이 싸운다는 말을 내세주의나 탈속주의 쯤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이렇게 정리하면 된다. 부분적으로는 우리가 싸우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님이 싸우신다. 부분적으로는 실패가 가능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승리만 가능하다. 왜냐하면 전체적으로는 하나님의 전능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실존적으로 표현하면 바울의 다음과 같은 고백이 여기에 해당된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우리는 전체적으로 행하실 하나님의 큰 승리를 내다보는 사람들이다. 나는 하나님의 이 승리에 나의 운명을 맡긴 채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분량만큼 싸워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