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일들...

Views 2626 Votes 0 2015.07.02 23:04:20

제목이 좀 자극적이다.

별거 아닌 걸 갖고 뻥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내가 놀란 일을 놀라운 거라고 말하는 게

잘못은 아니니까.

 

오늘 교회 주보를 작성하는 날,

오전 9시쯤 집 마당에 나갔다.

방에서 창문을 통해서 볼 수 있지만

바로 옆에서 보는 것에 비길 수 없다.

벌들이 호박꽃에 머리를 박고 꿀을 빨고 있었다.

그들의 다리는 꽃가루가 범벅이다.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그중의 한 장면을 보라.

IMG_0320.JPG

이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 어디 있는가.

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지구에서 살기 힘들다.

벌은 지구를 수호하는 파수꾼들이다.

호박꽃이 이처럼 화려한지,

색깔이 이렇게 농염한지, 새삼 놀랍다.

옆에는 작은 호박이 눈에 뜨인다.

IMG_0323.JPG

처음 열린 호박은 며칠 전에 나가보니

누군가 톡 따냈다.

먹지는 않고 따기만 했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른다.

고라니가 앞마당까지 왔을리는 없는데,

고양이가 놀다가 실수로 그랬을까?

고양이는 영특해서 주인이 싫어하는 건 안 한다.

길고양이라 내가 주인은 아니지만

그들은 매일 아침 먹이를 주는 나를 주인으로 알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 호박 넝쿨이 힘차게 뻗어나가는 중이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내 속에서 생명 에너지가 움직인다.  

이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IMG_0324.JPG

웬지 배가 부르다.

마음의 배가 부른 거겠지.


호박꽃과 넝쿨에 취해서

사진을 몇 컷을 찍다가

(호박은 마당 북쪽 끝에서 자라는데...)

거기서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여러 유실수들이 보인다.

아직은 어린 놈들들인데

잘들 자란다.

귀엽고 기특하고 놀랍다.

IMG_0325.JPG

엷은 구름이 낀 하늘이 저렇게 빛나고 있다니,

그것을 내가 지금 보고 있다니,

(그리고 곧 나는 사라지겠지만...) 

이것보다 놀라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마당 멀리 금년에 내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생명체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렌즈를 들이댔다.

IMG_0332.JPG

해바라기다.

벌써 내 키 만큼 자랐다.

똑같은 씨를 심었는데

이놈이 가장 크게 자랐다.

앞으로 2미터, 3미터까지 자라지 않겠는가.

1억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에서

9분에 걸쳐 달려온 햇빛이

해바라기를 자기 방식으로 애무하고 있다.

행복한 해바라기,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내가 본 이 장면과 이 순간은

영원한 과거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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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세계

2015.07.03 09:20:59

ㅎㅎ 아닙니다. 절대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목사님 덕분에 저도 오늘 아침 놀라운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꽃가루에 범벅이 되었다던 벌 녀석은 요런 모습이지 않았을까요?


벌_리사이즈_389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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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5.07.03 15:09:12

와, 아찔하고 황홀한 장면이군요.

존재하는 것은 다 거룩하다는 걸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 녀석의 몸통에 꿀이 가득 들어 있는 거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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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미래

2015.07.06 10:28:19

와아.....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날개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 까지 느껴집니다....

놀라운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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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2015.07.06 11:25:23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것이 놀랍고 신비롭지만

또한 자신을 내어 주며 공존한다는 사실이 

배워야 할 모습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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