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자극적이다.
별거 아닌 걸 갖고 뻥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내가 놀란 일을 놀라운 거라고 말하는 게
잘못은 아니니까.
오늘 교회 주보를 작성하는 날,
오전 9시쯤 집 마당에 나갔다.
방에서 창문을 통해서 볼 수 있지만
바로 옆에서 보는 것에 비길 수 없다.
벌들이 호박꽃에 머리를 박고 꿀을 빨고 있었다.
그들의 다리는 꽃가루가 범벅이다.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그중의 한 장면을 보라.
이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 어디 있는가.
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지구에서 살기 힘들다.
벌은 지구를 수호하는 파수꾼들이다.
호박꽃이 이처럼 화려한지,
색깔이 이렇게 농염한지, 새삼 놀랍다.
옆에는 작은 호박이 눈에 뜨인다.
처음 열린 호박은 며칠 전에 나가보니
누군가 톡 따냈다.
먹지는 않고 따기만 했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른다.
고라니가 앞마당까지 왔을리는 없는데,
고양이가 놀다가 실수로 그랬을까?
고양이는 영특해서 주인이 싫어하는 건 안 한다.
길고양이라 내가 주인은 아니지만
그들은 매일 아침 먹이를 주는 나를 주인으로 알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 호박 넝쿨이 힘차게 뻗어나가는 중이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내 속에서 생명 에너지가 움직인다.
이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웬지 배가 부르다.
마음의 배가 부른 거겠지.
호박꽃과 넝쿨에 취해서
사진을 몇 컷을 찍다가
(호박은 마당 북쪽 끝에서 자라는데...)
거기서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여러 유실수들이 보인다.
아직은 어린 놈들들인데
잘들 자란다.
귀엽고 기특하고 놀랍다.
엷은 구름이 낀 하늘이 저렇게 빛나고 있다니,
그것을 내가 지금 보고 있다니,
(그리고 곧 나는 사라지겠지만...)
이것보다 놀라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마당 멀리 금년에 내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생명체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렌즈를 들이댔다.
해바라기다.
벌써 내 키 만큼 자랐다.
똑같은 씨를 심었는데
이놈이 가장 크게 자랐다.
앞으로 2미터, 3미터까지 자라지 않겠는가.
1억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에서
9분에 걸쳐 달려온 햇빛이
해바라기를 자기 방식으로 애무하고 있다.
행복한 해바라기,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내가 본 이 장면과 이 순간은
영원한 과거로 흘러갔다.
ㅎㅎ 아닙니다. 절대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목사님 덕분에 저도 오늘 아침 놀라운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꽃가루에 범벅이 되었다던 벌 녀석은 요런 모습이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