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일
오늘의 숙명주의
6월28일 설교 마지막 부분에서 열두 살 소녀의 죽음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조문객들의 태도에서 현대의 숙명주의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대로 인용하겠다.
세상 사람들은 죽음으로 만사가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똑똑하고 이지적이고 실증적인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그들은 이런 점에서 숙명주의자입니다.
죽으면 지금 여기서 우리가 경험하던 모든 삶이 끝장나는 거는 맞다. 천당에 가서 지금의 삶이 그대로 연장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별로 확실한 게 아니다. 여전히 무한하게 반복되는 삶을 바라는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별로 인정받을 수 없다. 현대의 지성적인 사람들은 죽음 뒤의 삶에 미련을 두지 않고 사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고, 더 나가서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걸 세련된 삶의 태도로 여긴다. 나는 그들을 기독교 신앙으로 설득해낼 자신이 없다. 다만 삶과 죽음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세련되어 보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숙명주의라는 사실만 짚을 뿐이다. 그들은 실증으로 확인할 것 말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도 않고 믿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생명의 협소하게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생명을 그들처럼 협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여기서 경험하는 방식의 생명을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깊이로 생명을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창조자로 믿는다는 의미이다. 무(無)에서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유(有)가 사라지는 죽음을 완전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하나님은 우리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실 수 있는 분이다. 그것을 믿지 못한다면 창조의 하나님을 믿는 게 아니다. 우리는 현대의 실증적인 숙명주의를 넘어서 하나님의 창조 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신앙인들이다. 누가 옳을까?
현대의 지성인들은
과학논리실증주의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확인될 수 없는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지요.
아마도 저도 기독교의 세계를 알지 못했다면
철저하게 그 길을 갔을 것입니다.
정목사님의 묵상은 짧지만 생각의 방향을 바르게
잡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