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5일
<마루 밑 아리에티>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루 밑 아리에티>를 오래 전 가족과 함께 영화관에서 봤다. 아마 딸들도 동행했을 것이다. 기억나는 건 그 영화가 자막이 아니라 더빙 판이었다는 사실이다. 영화 감상의 맛이 좀 떨어졌다.
한 소년이 방학 때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서 겪은 이야기다. 어느 날 소년은 인형처럼 작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그 집의 마루 밑에서 사는 이들이다. 그 소인족의 딸 아리에티는 종횡무진 활약을 벌이면서 소년과 가까워진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으니, 대충 가자. 아리에티 가족을 발견한 가정부가 어머니를 마치 곤충을 잡듯이 잡아서 병에 넣는다. 이 어머니를 아리에티가 소년의 도움을 받아 구출한다. 결국 이 소인 가족은 더 이상 그곳에 살지 못하고 먼 곳으로 떠나야만 했다. 아리에티와 소년의 이별 장면이 감동적이다. 궁금한 분들은 영화를 보시라.
이 영화에도 미야자키의 철학이 녹아 있다. 사람들의 눈에는 아리에티를 비롯한 작은 생명체와 그런 세계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 우연하게 이를 본 사람은(가정부처럼) 장난감으로 여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드러난 세상보다는 더 작고 좁은 세상이 현실일 수 있다. 마루 위만이 아니라 오히려 마루 밑에서 더 인간적인 존재들이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세상을 이런 깊이로 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설교할 수 없고, 성경을 읽어도 추상에 머무는 게 아닐는지.
지난주일 오후 번개 특강에서 미야자키 이야기를 하면서 기회가 되면 그분의 전체 작품을 한번 보고 싶다 했더니, 고1 때 자퇴하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고 아무개 양이(지금 고3 나이) 자기에게 전체 작품 파일이 있다면서 원하면 빌려주겠다 해서 좋다 했다.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 ost도 작품성이 있다는데, 올 여름 무더위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미야자키 영화감상 삼매에나 빠져봐야겠다.
저두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