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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아리에티>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루 밑 아리에티>를 오래 전 가족과 함께 영화관에서 봤다. 아마 딸들도 동행했을 것이다. 기억나는 건 그 영화가 자막이 아니라 더빙 판이었다는 사실이다. 영화 감상의 맛이 좀 떨어졌다.

한 소년이 방학 때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서 겪은 이야기다. 어느 날 소년은 인형처럼 작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그 집의 마루 밑에서 사는 이들이다. 그 소인족의 딸 아리에티는 종횡무진 활약을 벌이면서 소년과 가까워진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으니, 대충 가자. 아리에티 가족을 발견한 가정부가 어머니를 마치 곤충을 잡듯이 잡아서 병에 넣는다. 이 어머니를 아리에티가 소년의 도움을 받아 구출한다. 결국 이 소인 가족은 더 이상 그곳에 살지 못하고 먼 곳으로 떠나야만 했다. 아리에티와 소년의 이별 장면이 감동적이다. 궁금한 분들은 영화를 보시라.

이 영화에도 미야자키의 철학이 녹아 있다. 사람들의 눈에는 아리에티를 비롯한 작은 생명체와 그런 세계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 우연하게 이를 본 사람은(가정부처럼) 장난감으로 여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드러난 세상보다는 더 작고 좁은 세상이 현실일 수 있다. 마루 위만이 아니라 오히려 마루 밑에서 더 인간적인 존재들이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세상을 이런 깊이로 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설교할 수 없고, 성경을 읽어도 추상에 머무는 게 아닐는지.

지난주일 오후 번개 특강에서 미야자키 이야기를 하면서 기회가 되면 그분의 전체 작품을 한번 보고 싶다 했더니, 1 때 자퇴하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고 아무개 양이(지금 고3 나이) 자기에게 전체 작품 파일이 있다면서 원하면 빌려주겠다 해서 좋다 했다.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 ost도 작품성이 있다는데, 올 여름 무더위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미야자키 영화감상 삼매에나 빠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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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2015.07.26 10:22:24

저두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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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5.07.26 22:13:39

한번 보시고

감상을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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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옥답

2015.07.28 14:46:40

어릴 때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들 많이 봤었는데...

저는 천공성 라퓨타,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재밌게 봤습니다.

미래소년 코난, 붉은 돼지, 나우시카도 재밌었고... 주옥같은 작품들이 정말 많네요...


그 외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 모두 세계관이 독특하고 신선한 것 같네요..

귀를 귀울이면, 고양이의 보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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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5.07.28 15:05:26

나는 지난 젊은 세월을 돌아보니

좀 답답하게 살았던 거 같습니다.

이런 작품성 있는 애니메니션도 못보고,

유명한 목사님들을 따라다니지도 못하고,

미팅도 못하고,

신나게 놀아보지도 못하고,

그냥 신학대학과 교회만 맴돌면서,

수도승 같은 포즈로 

시골 교회에서만 목회 하다가, ㅎㅎ

이렇게 나이가 들었네요.

위에 열거한 영화 파일이

지금 내 손 안에 있습니다.

올 여름에는 이걸 다 소화해야 하니

좀 바쁘게 생겼네요.

아리에티와 소년의 작별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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