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7일
오병이어와 창조질서
어제 설교 ‘예수와 표적 이야기’에서 오병이어 사건을 설명하면서 빵이 마술을 부리듯이 늘어나는 현상은 창조질서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 말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기적들은 다 창조질서와 어긋난다거나, 또는 자연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해야만 옳은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거나 아는 것보다 훨씬 심층적이기 때문에 자연과학으로 다 해명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몰랐던 현상이 밖으로 드러나는 걸 우리는 기적이라고 한다. 그런 기적은 당연히 옳다. 고대인들에게 화산폭발을 기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바닷길이 열리는 것도 기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죽을병에 걸린 사람이 살아나는 것도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생명의 능력이 밖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의미의 기적과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기적과는 구분해야 한다. 강도가 칼로 사람을 찌르면 찔린 사람은 큰 상해를 입고, 경우에 따라서는 죽는다. 강도를 만난 사람이 그 순간에 기도를 했다고 해서 칼날이 종이로 변하는 건 창조질서의 파괴다.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빵을 조각으로 떼어내면 떼어낸 분량만큼 줄어드는 게 창조질서다. 돌은 돌로 존재하고, 빵은 빵으로 존재하는 게 창조질서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더 궁극적으로는 물론 모든 사물은 하나라는 점에서 돌과 빵은 하나이고 산과 물도 하나다. 그러나 그런 세상은 창조 이전이나 종말 이후에 가능할 것이고, 현재로는 예술이나 시적 세계에서 가능할 것이다. 하나님을 바로 믿는 사람들은 호기심 천국의 심리에 빠져들지 않는다.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의 질서를 직시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질서에도 개방적이다.
세상의 심층 가운데 열리는 신비는 창조질서를 절대로 파괴하지 않는다라고 정리하면 되겠는지요.
뭔가 뻥 뚫리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성경에 나와있는 많은 기적과 초자연적 현상들을 토시 그대로 믿는 것이
바른 신앙이고 조금의 반론도 허용하지 않는 태도가 대부분 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에
답답함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