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1일
생명의 떡
오병이어 사건(요 6:1-15)에 대한 요한복음의 고유한 해석이 요 6:22-59절에 자세하게 나온다. 당연히 공관복음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 대목 중에서 ‘나는 생명의 떡이다.’(요 6:35)는 문장이 핵심이다. 요한복음에는 ‘에고 에이미...’, 즉 ‘나는 ...이다.’는 정형화된 문장들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나는 세상의 빛, 나는 양의 문, 나는 선한 목자 등등이다. 요한복음 기자만 전하고 있는 이런 문장에 얽힌 전승사적 층위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성서신학 전공자들 외에는 더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예수가 왜 생명의 떡인가? 뻔한 답은 우리가 다 알고 있다. 예수를 통해서 생명을 얻기 때문이다. 죽어야 할 인간이 생명을 얻는 건 구원이다. 기독교인으로 이런 답을 알면 일단 충분하다. 이 답을 실제로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라도 이 질문과 대답의 세계 안으로 몇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 생명은 무엇인가? 지금은 왜 우리의 생명 경험이 완전하지 못한가? 예수를 통해서만 생명을 얻는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예수를 믿어도 믿지 않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난당하고 병들고 늙고 죽는 이유는 무엇인가?
각각의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 나는 핵심적인 것 하나만 짚겠다. 요한복음 기자가 예수를 ‘생명의 떡’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생명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에 놓여 있다. 이런 사상은 신구약 전체를 관통한다. 하나님이 생명의 주인이라는 말은 사람이 생명을 규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질그릇이 토기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듯이 사람은 하나님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하나님이 독재자라는 뜻이 아니라 생명이 우리의 모든 인식과 판단을 초월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다. 절대적 의존의 깊이로 들어간 사람만이 이것의 의미를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