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일
원당의 달빛
이틀 전 목요일 7월30일이 음력으로 6월 보름이었다. 다행히 구름 없어서 휘황찬란한 보름달을 볼 수 있었다. 어제는 3년 만에 찾아오는 ‘블루문’이었다고 한다. 보름달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달이 뜨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진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늦었다. 8시20분부터 원당의 월출이 시작되었다.
우리 마을 원당은 말발굽 모양으로 남향을 향해 터진 형태다. 남쪽에서 마을로 들어오면 중앙에 버스 승강장으로 사용하는 넓은 마당이 있다. 그곳을 중심으로 우리 집은 왼편 언덕에 자리하고 했다. 우리 집에서 보면 마을 마당이 눈 아래로 보이고 그 둘레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건너편은 낮은 언덕이고, 위로 가면 높지 않은 산이다. 그곳이 마을 동편이다. 우리 집은 서편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복잡하게 설명했는데, 아침 해와 저녁달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집이 바로 우리 집이라는 뜻이다.
우리 마을의 산은 별로 높지 않다. 해발 2백 미터나 될는지. 정상까지 가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산책 코스로 괜찮다. 산과 숲은 다른 곳보다 빨리 어두워진다. 커다란 검은 그림자다. 산과 하늘의 경계선은 눈에 띄게 분명하다. 그 경계선에 희뿌연 빛이 비추는 듯하다가 금세 달이 머리를 내밀었다. 5분 정도면 몸체가 다 나온다. 그리고 다시 5분이면 자기 몸길이만큼 솟아오른다. 지금 이 시각(밤 9시 45분)에도, 여름철 이글거리는 태양빛을 고지식하게 받아들여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내 서재의 창문 40도 각도로 달빛이 들어오고 있다.
마을은 숨을 죽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오늘 하루의 일정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매일묵상을 쓴다. 나머지 시간에 미야자키의 <바람이 분다>를 보고 내일 주일 준비를 위해서 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지금 원당에서의 이 순간은 어디서 발원했으며, 어디로 가는 걸까? “별 먼지 같은 존재로 이 땅에 와서 시간을 함께 견디고 있는 눈물겨운 모든 이들에게 평화가 임하기를...”(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