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5>

Views 1813 Votes 0 2015.08.07 22:24:51

87

<바람이 분다 5>

 

주인공 지로가 나호코라는 여자를 만나는 계기도 바람이다. 기차를 타고 가다가 모자가 바람에 날려 옆 2등 객차로 갔는데, 그걸 나호코가 잡아 준 것이다. 그 뒤로도 바람에 의한 에피소드가 연결되어서 결국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지로에게 나호코는 바람이 안겨준 여인인 셈이다.

R678x0[2].jpg

남녀관계도 그렇고, 모든 인간관계에는 에피소드가 개입된다. 지금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를 조금만 살펴보라. 우연한 일이다. 대구성서아카데미 회원들과의 관계도 그렇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이 정용섭 목사를 알게 된 경우도 그렇고, 내가 대구성서아카데미를 시작하게 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이런 일에 신경을 쓸 만한 여유가 없는 교회의 담임 목사였다면 대구성서아카데미는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대구성서아카데미를 어느 정도 유명하게 만든 설교비평도 역시 몇 가지 에피소드의 결과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세상과 역사는 다 에피소드의 유기적 연관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바람은 에피소드를 일으키는 원동력이다. 바람의 활동과 에피소드가 비슷하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우리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분다.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는 운동이자 힘이다. 태평양 무인도에 사는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에피소드로 점철되는 우리의 운명도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해명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뭔가에 홀렸나?’ 하는 느낌이 든다. 이런 경험이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이왕이면 성령에 홀리는 게 좋지 않겠는가.


profile

웃겨

2015.08.07 23:25:47

이 묵상글 덕분에 오늘 미야자키감독의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보았습니다.

<이웃집토토로>, <바람이 분다>

장면장면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빨려들어가며 보았어요.

그리고 두 편 모두 울면서..

바람이 분다를 다 본 지금

제 가슴 안에도 바람이 부네요....

profile

정용섭

2015.08.08 21:06:00

자유혼 님도 나와 비슷한 감동을

미야자키 작품에서 경험하셨군요.

저는 묵상에서 이미 언급한 거 말고도

<붉은 돼지>와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았습니다.

앞의 작품 못지 않게 좋았습니다.

이렇게 사람과 세상을 생동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죽을 때까지 무뎌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좋은 주일을 맞으세요.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3766 광복 70, 분단 70 [4] Aug 15, 2015 1322
3765 예수와의 존재론적 일치 Aug 14, 2015 2224
3764 아버지께서 이끄신다는 건? Aug 13, 2015 1355
3763 <천공의 성 라퓨타 2> [4] Aug 12, 2015 1422
3762 <천공의 성 라퓨타 1> Aug 11, 2015 1613
3761 <붉은 돼지> file [3] Aug 10, 2015 1886
3760 <바람이 분다 6> [2] Aug 08, 2015 1720
» <바람이 분다 5> file [2] Aug 07, 2015 1813
3758 <바람이 분다 4> Aug 06, 2015 1269
3757 <바람이 분다 3> [2] Aug 05, 2015 1239
3756 <바람이 분다 2> [2] Aug 04, 2015 1297
3755 <바람이 분다 1> file [2] Aug 03, 2015 1710
3754 원당일기(66) 달빛 Aug 01, 2015 1265
3753 생명의 떡 Jul 31, 2015 1835
3752 <원령 공주> file [12] Jul 30, 2015 7805
3751 메시아니즘 Jul 29, 2015 1620
3750 <이웃집 토토로> file [6] Jul 28, 2015 3346
3749 오병이어와 창조질서 [2] Jul 27, 2015 1441
3748 <마루 밑 아리에티> file [4] Jul 25, 2015 2291
3747 소명에 대해 Jul 24, 2015 1499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