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8일
<바람이 분다 6>
영화 대사 중의 하나다.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 주인공 지로의 말인지, 그의 친구 말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문장도 정확하지 않다. ‘바람을 본 사람이 있을까?’일지 모른다.
바람은 누구에게나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으면 바람이 보이지 않는다. 구름이 흘러가도, 나뭇잎이 흔들려도, 파도가 쳐도, 먼지가 날려도 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눈이 밝은 사람은 그런 움직임이 없어도 바람을 본다. 마음으로 느낀다. 바람의 말을 듣는다. 마치 하나님의 영광이 세상 모든 곳에 가득하다는 사실을 영적인 눈으로 본 사람들처럼 말이다.
나는 미야자키의 저 구절을 ‘누가 하나님을 보았을까요?’로 들었다. 하나님은 바람과 같아서 누구에게나 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보는 게 아니다.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으면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다. 영혼의 울림이 없다. 자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더 이상의 것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는 하나님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궁극적인 신비에 마음이 열리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둘째 딸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내게 한 질문이다. ‘아빠, 하나님이 안 계신 거 같은데, 어떻게 알 수 있어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방안을 봐라. 여기에 바람이 있을까? 없을까? 선풍기를 틀면 바람이 있지만 가만히 있으면 없는 거잖아. 하나님은 바람과 같은 방식으로 계신 거야.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그건 사람이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지 실제로 다른 방식으로 계신 거란다. 아이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 누가 하나님을 보았는가? 누가 생명의 비밀을 보았는가? 자기를 본 사람이 있을까? 모세는 하나님을 보고 싶었으나 보지 못했다. 예수 외에는 아무도 하나님을 보지 못했다는 게 신약성경의 주장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제 아이도 이제 초등학교 저학년입니다.
아직 생각이 없는 건지, 표현을 하지 않는 건지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질문하지는 않습니다만
기억해 놓았다가 꼭 전해 줘야할 말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