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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0일
<붉은 돼지>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다. <붉은 돼지>가 뭔가? 실제 인물이 평소에 불린 별명을 그대로 영화 제목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들었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영화에서 주인공 이름은 포르코다.
포르코의 캐릭터가 특이하다. 그는 무인도에서 해적선을 포획하는 비행사 일을 하면서 혼자 산다. 일종의 프리랜서 해결사다. 당대 최고의 전투 비행기 조종사로서는 바닥 인생으로의 추락인 셈이다. 얼굴 모습도 돼지로 변했다. 그렇게 변장한 것 아니겠는가. 그를 사회 부적응자로 만든 건 그가 직접 체험한 1차 세계대전이다. 전쟁 트라우마가 그의 의식을 완전히 지배한다. 사랑마저 포기한다. 부자 미망인 지나의 성숙한 사랑도 밀쳐내고, 포르코의 비행기를 수선하고 포르코를 사랑하게 된 젊디젊은 피오의 달콤한 풋사랑도 거부한다. 피오를 일상의 삶이 가능한 세상으로 보내라는 부탁을 지나에게 하고 그는 다시 무인도로 들어간다. 그는 사람들의 세상에 동참할 수 없었다.
궁극적으로 사람은 다 무인도에 사는 거다. 절대고독의 자리이자 순간이다. 그걸 감당하기 힘들어서 사람들은 몰려다닌다. 그렇게 몰려다니는 순간도 필요하지만 그게 지속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다시 무인도로 돌아가야 한다. 그게 우리의 본래 자리다. 신앙용어로 표현하면 영혼의 자리다. 그 자리는 외롭기도 하지만 자유롭기도 하다.
목사님 글을 보니까 등장인물과 장면들이 어렴풋이 생각나네요.
왜 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라이벌 현상범 사냥꾼과 치고박고 싸우는 장면,
마지막에 주인공 얼굴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듯한 암시를 주는 장면 등등...
십 수년 전에 본거라 완전히 잊어버린줄 알았는데 생각이 나는게 신기하네요.ㅎ
얼마 전에 본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장기기억에 저장된 기억 구슬이 빛을 잃고 바래면 폐기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직 바래지 않은 기억이 남아있었나봅니다.
목사님 요즘 애니메이션 삼매경에 빠지셨는데
픽사 애니메이션도 추천드립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