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일
모세의 말과 하나님의 말
지난 설교에서 모세의 말과 하나님의 말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성경의 내용 중에서 실제로 모세의 말이 따로 있고, 하나님의 말이 따로 있다는 말이냐, 그걸 어떻게 구분하느냐, 하는 질문이 가능하다. 이건 모세 오경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성경 전체에 해당되는 문제다. 바울의 편지는 바울의 말인가, 하나님의 말씀인가?
설교에서 나는 두 가지 사실을 짚었다. 1) 하나님은 인간의 언어로 말씀하지 않는다. 2) 하나님에 대한 경험은 인간의 언어로 담아낼 수 없다. 2번은 내일 설명하기로 하고 오늘은 1번만 보자.
성경에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말씀하셨다는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여러 상황에서 이런 표현이 나온다. 하나님은 아담과 이브에게 에덴동산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말씀하셨다. 아브라함을 부르셨고, 후손에 대한 약속도 하셨다. 이사야도 부르고, 예레미야에게도 말씀을 주셨다고 한다. 이런 성경구절에 익숙해진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사람처럼 말을 하는 줄로 안다. 목사들도 그렇게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오해다. 하나님은 행위로, 역사로 말씀하신다고 보는 게 옳다. 창조 행위 자체가 하나님의 말씀이다. 예수 그리스도 사건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런데 성경기자들은 왜 하나님이 직접 말을 하신 것처럼 표현했을까? 이 질문까지 오늘 대답하기는 어렵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모세의 말과 하나님의 말씀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은 성경 안에서 그것을 구분하자는 게 아니다. 모세의 연설인 신명기는 모두 인간인 모세의 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고대 이스라엘의 건국 영웅 모세의 권위를 빌린 어떤 집필자의 글이다. 그 말, 그 글은 하나님의 구원 사건을, 그 행위를, 그 역사를 손가락질로 가리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신명기는 모세의 말이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의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