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처럼 흔한 꽃이 어디 있겠는가.
씨를 따로 뿌려주지 않았는데도
작년 그 자리에 순이 올라왔다.
나는 줄만 매어 놓았을 뿐인데
귀엽게 줄을 타고 올라와 꽃을 맺었다.
고맙다.
나팔꽃 줄기를 따라서 눈을 돌리다보니
이상한 녀석이 눈에 띄었다.
어디 먹을 게 없어서 나팔꽃을 갉아 먹다니,
송충인가 보다.
웬만하면 그냥 놓아두려고 했다.
저게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나, 하고 말이다.
근데 한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나 되었다.
얼마나 많이 갉아 먹었는지
몸 색깔이 완전히 녹색으로 변했다.
할 수 없이 세 마리를 집개로 집어서
다른 곳에다 던져버렸는데,
네 운명을 거기서 개척해봐라 하는 심정으로,
살짝 집었는데도 녹즙이 찍 하고 나왔다.
오늘 날씨가 좋았다.
바람도 적당히 불었다.
대추가 몇 개 열렸다.
2년전 절개지에 매달려 죽기 직전의 대추나무를
이쪽에 옮겨 심었는데,
올해 다섯 개의 알을 맺었다.
기특하다.
오늘 햇빛도 좋았다.
카메라로 햇빛을 찍었는데,
눈에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래 사진 두장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해바라기 씨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나 생각 중이다.
골라서 먹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그렇고,
지난 봄에 약속한 대로
다비안들중에서 원하는 분들에게
10개 씩 우편으로 보내드릴 생각이다.
원하는 분은 신청하면 된다.
씨도 공짜고, 발송비도 공짜다.
하늘색 나팔꽃, 나무이파리색 닮은 송충이, 영글어 가는 대추, 햇빛과 해바라기씨들...
지구별 한귀퉁이에 자리한 생명현상들, 참 아름답습니다.
또한 그것을 놀라움과 즐거움으로 바라보며 많은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으셔서 렌즈를 들여다 보시는분이 보입니다. 이 가을날이 참 아름답습니다.
흔하게 보았던 주황색 플라스틱 소쿠리가 해바라기씨를 담아놓으니
참 잘 어울려보입니다. 저 해바라기씨 어디에 생명이 있어서
그렇게 예쁜 꽃이 자라나는지 신비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목사님
마당에 서있는 기분이 듭니다. 가을정경 사진 잘 감상했습니다....
김철 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년 안으로 배달이 될 겁니다.
해바라기 씨 10-2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