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0일
<심야식당>
다른 사람들이 하루의 삶을 끝내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인 밤 12시에 문을 열고 아침 7시에 문을 닫는 식당이 영화 <심야식당>의 주무대다. 동경 번화가의 뒷골목에 자리한 이 식당은 그럴듯한 식당이라기보다는 자그마한 맛집에 해당된다. 마스터로 불리는 주방장은 손님들에게 음식만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온갖 애환을 다 들어준다. 손님들은 여기를 사랑방처럼 여긴다.
이 영화는 뚜렷한 줄거리가 없다. 주방장은 왕년에 뭔가 한가락 했을 거 같은 카리스마가 풍기는 사람이다. 조폭 우두머리였는지도 모른다. 왼쪽 얼굴에 눈 위로부터 빰까지 종으로 흉터 자국이 있다. 그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그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큰 반응 없이 경청하는 것뿐이다.
별로 내놓을 것 없이 고만한 정도로 살아가고 있는 일본 소시민들의 애환이 리얼하게 묘사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흐름이 전체적으로 잔잔하다. 극적인 반전도 없고, 감정 폭발도 없고, 싸움도 없고, 터질 것 같은 기쁨도 없다. 그런 게 바로 삶이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배경 음악도 잔잔하다. 처음과 마지막에만 기타 반주가 곁들여진 가수의 노래이고, 나머지는 다 기타 곡이다. 전체가 2시간인데, 1시간 10분 언저리에 내가 잘 아는 곡이 흘러나왔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찬송가 2장 “찬양 성부 성자 성령...”이다. 감독이 기독교인이었나? 아니면 소시민들의 위로는 어쩔 수 없이 신을 향한 영광 찬송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암시하는 걸까? 그 곡이 정말 찬송가였는지 백 프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게 그렇게 들린 것은 틀림없다.
눈 내리는 마지막 장면과 함께 감미로운 남자 가수의 목소리가 흐른다. 그중의 한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모든 일이 먼 옛날 같아요.’ 수채화처럼 화면 처리가 된 <심야극장> 모든 장면이 옛날의 언젠가 있었던 이야기와 같다는 뜻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종종 느끼는 감정들이다. 누구를 만나는 것도 먼 옛날 같고,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도 먼 옛날 일 같고, 매일묵상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 자신도 먼 옛날의 어느 누구 같다. 결국은 우리의 모든 게 먼 옛날이 되지 않겠는가.
목사님, <심야식당> 영화를 보셨군요.
이게 원작이 만화거든요.
제가 <심야식당> 전권을 소장하고 있으니
원하시면 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