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일
설교준비
어제와 오늘에 걸쳐 내일 주일에 전할 설교 준비를 마쳤다. 1980년 3월에 목사 안수를 받고 군목에 입대하여 8월부터 8사단 오뚜기부대 포병단 군대교회 목사로 설교를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35년 동안 설교에 모든 삶을 걸고 살았다. 이런 정도 연륜이면 특별히 설교 준비를 하지 않더라도 30분 주일예배 설교를 청산유수로 할 때도 됐지만, 매주일 처음 설교를 하는 사람처럼 뭔가 조심스럽고 설렌다. 그래서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에 걸쳐서 설교 준비를 가능한 철저하게 한다.
설교준비를 철저하게 한다고 해서 청중들이 은혜를 받는 건 아니다. 오히려 준비 없는 설교가 더 은혜로울 수 있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30분 만에 주일예배 설교 준비를 끝낼 수 있다. 30분이 아니라 10분만으로도 충분하다. 10분이 아니라 아무 준비 없이 본문만 들고 강단에 서도 할 말은 얼마든지 많다. 그래도 초보 설교자처럼 수행하듯이 이틀에 걸쳐 설교 준비를 하는 이유는 나 자신의 신앙 성장에 이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기 위해서 설교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나의 구원을 위해서 한다는 뜻이다. 설교 행위에서도 나의 관심은 어디까지나 ‘나’다.
지금 나의 목회는 일반적인 교회 담임 목사의 목회와 다르다. 새벽기도회도 없고, 심방도 없고, 여러 조직을 관리하는 일도 없다. 교단에 가입된 교회가 아니니 다른 목사들과의 교류나 교단에서 실시하는 모임에서도 자유롭다. 순전히 주일예배와 수요성경공부, 그리고 주로 전화를 통한 신자들과의 신앙상담이 목회의 모든 것이다. 이런 목회 상황에서 이틀에 걸친 설교 준비는 목사로서의 자기훈련에서 필수불가결의 시간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시간이 나에게 즐겁다는 것이다. 때로 부담 되는 일도 하다보면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