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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5일
욥의 아내
어제의 설교 본문에 욥의 아내가 나온다. 이름은 없다. 42장에 이르는 욥기에서 이 여자의 말은 딱 한 마디다. ‘당신이 그래도 자기의 온전함을 굳게 지키느냐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 악담이자 저주다. 욥의 아내는 기독교 역사에서 악한 여자로 간주되었다. 어거스틴은 그녀를 ‘악마의 보조자’라 했고, 칼빈은 ‘사탄의 도구’라고, 크리소스톰은 욥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자라고 했다. 과연 욥의 아내는 악처인가? 구약 <70인 역>에는 욥의 아내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의 아내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언제까지 참으며 ‘자 조금만 더, 내 구원의 희망을 바라보며 기다리자’고 말하십니까? 이제 당신의 기억은 내 자궁의 진통과 고통의 결과인, 그리고 내가 아무런 대가없이 수고하며 키워온 자녀들과 함께 이 땅에서 잊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구더기가 들끓는 썩은 곳에 앉아 밤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저곳 집집마다 배회하며 고역에 시달리면서 고통과 비탄에서 쉴 수 있는 밤이 오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자 이제 주님께 욕이나 하고 죽으시오.”
이런 전통에 따르면 욥의 아내는 욥을 타박하는 게 아니라 깊은 연민을 품고 구원의 길로 안내한 것이다. 욥에게는 죽음이 오히려 구원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의 입장에서 욥의 아내를 지지하기는 어렵겠지만 무조건 매도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