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0일
영광 받으심
예수가 하나님께서 임명하신 대제사장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그의 완전성에 놓여 있다. 그 완전성은 부활 승천, 즉 들림 받음이다. 이 들림 받음이 영광 받으심이라고 설교에서 말했다. 그게 무엇일까?
영광은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 또는 하나님의 능력이나 존재를 가리킨다. 이런 용어들은 관념적이어서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사실은 하나님이라는 용어 자체가 관념적이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을 만났다거나 경험했다고 쉽게 말한다. 기도의 응답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런 표현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오해의 소지도 많다. 그가 만났다거나 경험했다는 하나님이 자기 욕망의 대상에 불과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나름 열정적으로 살고 있지만 삶을 착각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신앙의 오류를 벗어나기 위한 최선은 신학공부다. 삶의 오류를 벗어나기 위한 최선이 삶에 대한 성찰인 철학공부인 것과 같다.
예수가 영광을 받으셨다는 말은 궁극적인 생명의 실체가 되었다는 뜻이다. 궁극적인 생명은 종말 사건이다. 지금 우리는 생명이 무엇인지를 아는 게 아니다. 먹고 배설하고 숨 쉬고, 가정을 꾸리고 돈 벌고 취미 생활을 한다. 그리고 늙어 죽는다. 다 지나가는 것들이다. 이런 삶의 과정이 지금은 생생하게 경험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공(空)이다. 지금 우리의 이런 삶이 허무에 떨어진다는 게 아니라 완성된다는 뜻이다. 그 완성은 종말의 사건이다. 종말에 우리는 얼굴을 얼굴로 맞대어 보듯이 ‘나’가 누군지, ‘생명’이 무엇인지, ‘하나님’이 누군지를 알게 될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그것이 드러날 것이다. 그 종말에 완성될 생명 사건이 예수에게서 선취의 방식으로 일어난 것이 바로 예수의 영광 받으심이다. 이게 진짜 사실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나? 그것을 설명하는 게 신학 전체다.
죽지 않고는 신학공부가 되지 않을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