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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9일
창백한 푸른 점
지난 설교에서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칼 세이건의 말을 인용했다.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1990년 2월14일에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전송했다. 모래를 횡으로 뿌렸거나 칙칙한 색깔의 물감 스프레이를 뿌린 듯한 모양 중간쯤에 유독 빛나는 행성이 있었다. 그게 지구였다. 여러 행성 중에서 지구만 빛을 낸 이유는 모르겠다. 보이저 호의 카메라 위치가 그렇게 놓여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할 뿐이다. 어쨌든지 『코스모스』를 쓴 칼 세이건은 그 사진에 등장하는 지구를 가리켜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이름 붙였다.
창백하다는 말은 지구의 현재와 미래가 그렇게 확실하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세이건이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지구의 운명을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렇게 보는 게 옳다. 우주 전체에서 지구는 변방에 놓여 있는 하나의 평범한 행성에 불과하다. 태양의 자식으로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그렇게 존재감이 없어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구는 생명의 보고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유일하게 ‘푸른 점’으로 보인다. 푸르다는 건 생명현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생명이 보고라 불릴만하다. 이런 정도의 생명현상이 일어나는 행성은 우리가 아는 한 이 우주 안에서 지구 외에는 아직은 없다. 이런 지구에서 잠시 살다 가는 인간은 누구이며, 특히 기독교 신앙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