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4일
성서문자주의
설교 중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성서문자주의와 비교해서 설명했다. 성서문자주의에 묶여 있는 분들의 성서에 대한 진정성은 높이 살만하다. 그들도 성서의 문자 하나하나에 매달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성서의 존엄에 대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좋은 태도다. 18,19세기 성서 역사비평을 통해서 성서의 권위가 크게 추락한 것을 감안하면 그의 주장을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서문자주의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그런 방식으로 성서를 대하면 결국 기독교 신앙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진화론을 부정하는 것도 이런 성서문자주의의 결과다. 동성애자들에게 혐오감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파리에서 산발적으로 테러를 자행하여 수많은 인명 피해를 불러온 근본주의 이슬람국가(IS)도 기본적으로 코란문자주의를 따르는 집단이다. 그들의 시각으로 보면 오늘의 세계 질서가 잘못되었다. 코란이 말하는 세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이런 위대한 일을 위해서 경우에 따라서 테러도 합리화되고, 이런 일을 하다가 죽으면 순교자가 된다. 이들은 기독교 성서문자주의와 사상적으로 결이 같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졸속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지금 정부의 입장은 이런 성서문자주의와 다를 게 없다. 그 마음은 순수하다. 그 열정도 귀하다. 애국심도 인정받을 만하다. 문제는 자기와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자기만 옳다는 주장이다. 현재의 역사교과서는 모두 좌편향으로 보인다. 그걸 집필한 사람들의 국가관도 다 삐뚤어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어떤 이는 지금 역사학자들의 90%가 좌경화되었다는 선동적인 발언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발언들을 장관들과 정당 대표가 쏟아내는데도, 대한민국은 그럭저럭 굴러간다. 국민들이 착한 건지, 귀신 들린 건지.
저는 국민들이 세뇌라는 귀신에 들리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