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7일
알파와 오메가
지난주일 설교 제목은 ‘알파와 오메가’였다. 도대체 이런 제목에 어울리는 존재, 또는 존재자가 누군가? 성서가 하나님을 알파이며 오메가인 분이라고 말하지만 대다수의 신자들은 그것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더라도 막연하게만 생각한다. 이것만이 아니라 모든 기독교 신앙을 막연하게만 생각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1) 기독교 신앙을 다 아는 것으로, 또는 대충 아는 것으로 여긴다. 2) 신앙의 깊이를 몰라도 신앙생활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여긴다. 이건 신자들에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 교회 지도자들에게 책임이 있다. 그들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기독교를 전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심판 자리에서 큰 문책을 당하지 않을는지.
하나님이 알파와 오메가라는 말은 하나님이 세계의 근원이면서 동시에 세계의 미래라는 뜻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의 근원이 무엇인지 다 아는 게 아니다. 우주물리학에서 말하는 빅뱅이 근사한 대답이 되겠지만 결정적인 대답은 아니다. 앞으로 그 근원, 시초, 알파가 밝혀지는 것만큼 하나님이 누군지도 밝혀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의 미래가 어떨지 다 아는 게 아니다. 인간이 없는 지구의 미래도 예상해볼 수 있다. 우주의 팽창이 끝나고 다시 하나의 점으로 축소될지도 모른다. 기독교인들은 이런 생각을 불편하게 생각하며, 더 나가서 비기독교적인 것이라고 매도한다. 그런 생각은 다 우리의 경험을 절대화하는 데서 오는 오류다. 지금 시간과 공간의 방식으로 작동되는 이 삶, 이 문명, 이 역사 경험을 절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를 이런 것이 연장되는 것쯤으로 받아들인다. 축소된 하나의 점이 가장 화려하고 풍성한 생명의 세계일 수는 없을까? 그게 하나님의 권능이 아닐까? 그게 하나님의 자유가 아닐까?
위의 글이 어떤 이들에게는 황당하게 들렸을지 모른다. 이렇게 정리하자. 하나님이 알파와 오메가라는 초기 기독교의 주장을 우리가 진리로 받아들인다면 하나님의 계시가 우주론적 종말이 와야 다 드러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바로 그런 하나님을 초기 기독교인들은 역사적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미리 당겨 경험했다. 그 경험이 바로 오늘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