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7일
십자가의 운명
어제 묵상 마지막 단락에서 두 가지를 말했다. 그것과 연관해서 설교에서 다음의 사실을 짚었다. 우리 모두 십자가에 달린 사람의 운명, 즉 버림받은 자의 운명에 떨어진다고 말이다. 설교에서 짚은 이야기지만 좀더 부연 설명하겠다.
십자가 처형은 혼자 감당해야 한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 현장에 다른 두 사람도 함께 십자가에 처형당했다는 전승이 있긴 하다. 그래도 결국은 각자 홀로, 절대 고독 가운데서 십자가에 달려야 한다. 두 사람이 겹쳐서 십자가에 못 박혀도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한다. 행복한 사람이나 불행한 사람을 불문하고 우리는 모두 조금 세월이 흐르면 절대 고독의 순간에 떨어진다. 거기에는 아무도 동행을 못한다. 혼자 고공 낙하 하듯이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는 어두운 동굴과 같은 죽음을 대면해야 한다.
십자가에 처형당한 사람은 혐오의 대상이 된다. 예수가 당한 십자가 처형은 실제로 그랬다. 우리가 당해야 할 죽음도 이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우리가 죽었다고 해보자. 죽은 시체는 혐오의 대상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었다고 해도 죽은 시체와 함께 지내지 못한다. 가끔 시체를 몇 달씩, 몇 년씩 옆방에 두고 지낸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건 정신적으로 이상하게 된 사람의 경우다. 아내나 남편이라고 해도 죽은 시체는 불편하고, 좀더 시간이 지나면 함께 있고 싶어도 있을 수 없다. 죽은 사람을 슬퍼하거나 그리워하는 것은 죽은 사람과의 기억일 뿐이지 죽은 시체 자체는 아니다. 시체는 그렇다 해도 영혼은 다르지 않느냐고, 생각할 분들도 있겠지만, 몸이 죽은 다음에 영혼은 이 세상에서 소통할 길을 완전히 잃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이런 상황을 절실하게 느끼지 않으면 구원도 역시 절실하게 느끼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