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Views 1721 Votes 0 2016.02.03 22: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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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오늘 오전에 집사람과 다퉜다. 젊은 시절보다는 훨씬 줄었지만 늙어가면서도 여전히 말다툼 하는 게 좀 민망하다.

 

아내: 잠간 내려와 봐요.

: 알았어. (수요 성경공부 준비하다가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아내: 비데 교체하는 사람이 오니까 통로에 쌓인 짐들을 좀 치워줘요.

: 알았어. (짐이라고 해봐야 헌옷가지가 담긴 쓰레기 봉토다.)

아내: 1층 비데가 5년이 넘어서 바꾸는데, 쓰던 거는 당신 2층 화장실로 옮기기로 했어요.

: 나는 필요 없어. 아래층 비데는 왜 갈아?

아내: 우리 집 정수기 등 관리해 주는 분이 교체할 때가 됐다고 하고, 실제로 오래 되기도 했고, 간혹 고장도 나고 해서 겸사겸사해서 바꾸는 거에요.

: 알았어. 내 서재에는 필요 없으니까 헌거는 그 사람들이 가져가라고 해요.

아내: 그걸 그냥 버리라는 거에요? 아깝게. 2층에도 비데가 있으면 편리하고 좋을 텐데, 왜 그래요.

: 나는 편리한 거 모르겠고, 그걸 설치하면 관리해줘야 하고, 오히려 귀찮은 일이 많을 거야. 난 안 할래.

아내: 고집 피우지 말고 설치하도록 해요. 나중에 손님이 오거나, 식구들도 어쩌다 2층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 그런 일이 자주 생기는 거도 아니고, 대부분 내가 사용하는데, 나는 필요 없으니까 (약간 언성을 높이며...) 그만둬요.

아내: 고집 되게 부리네. (지 싫타카니 우짤끼고...라고 속으로 말한 것으로 추정됨) 할 수 없지 뭐.

 

내가 비데 설치를 거부한 진짜 이유를 아내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이상한 사람이네.’ 하고 생각할 거 같아서다. 여기 이사 오기 전 하양 아파트에 살 때는 나도 비데를 사용했다.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물로 씻은 뒤에 바람으로 말려서, 손도 안 대고 배설통로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내가 보기에는 과잉청결이다. 건강을 이유로 비데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겠지만 웬만하면 적당한 수준으로 청결을 유지하는 게 낫지 않을는지.

원당으로 이사 온 뒤로는 비데 없는 2층 화장실이 내 전용이다. 큰일 뒤에 휴지로 직접 항문을 닦아주는 재래식 방식이다. 요즘의 휴지는 질감이 좋다. 옛날에는(나이 들면 버릇처럼 옛날 옛날한다.) 신문지나 잡지를 찢어서 손으로 비벼 부드럽게 만들어서 사용했다. 어쨌든지 내 경험에 따르면 휴지만 사용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두 가지만 짚자. 1) 자신의 똥이 어떤 색깔인지를 매일 아침마다 확인할 수 있다. 2) 항문 마사지가 저절로 이루어진다. 나의 이런 깊은 뜻을 아는지 모른지 아내는 비데 설치를 반대하는 나를 고집이 세다고 투덜거린다. 이와 비슷한 다툼이 가끔 일어나는데, 내가 질 때도 많다. 오늘은 2분 동안 각각 자신의 논리를 피면서 다투다가 내가 이겼다.

 

*사족: <생명, 최초의 30억년>의 진한 감동을 다비안들에게 어제부터 나눠드리기로 마음먹었는데,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런 글을 올리게 되어 죄송할 뿐이다. 30억년이라는 거시담론을 생각하는 거 못지않게 자질구레한 하루의 일상을 평화롭게 살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 내일부터 새출발이다.


은나라

2016.02.03 23:24:12

싸울만 했네요..ㅎㅎ

사모님께는 좀 죄송하지만, 저도 비데는 좀 불편하고 꼭 필요한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좀 불편해도 우리몸의 지체들을 적당히 사용하는것이 건강에 훨 낫다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나중에는 손안대고 코푸는 기계도 나올거 같군요.ㅋㅋ

*자세는.. 옛자세가 훨 좋구요. 종이는..옛종이(신문지)가 훨 좋데요.

왜냐면, 자세는 내용물이 잘 나오기 때문이구요. 종이는 치질예방에 좋데요.*


<생명, 최초의 30억년> 글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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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2.04 14:35:07

큰일 치르고 그 부위를 씻어내는 행위는

짐승 중에서 인간만 하는 겁니다.

종이도 없었을 옛날에는

처리에 고생을 좀 했겠습니다.

왕둘은 그 처리도 다른 사람 손에 맡겼다는데,

처지가 참 불쌍해보이네요.

staytrue

2016.02.04 00:09:32

목사님 .. 중고거래 안하시나요?

전 이번에 집에서 노는 많은것들을 제법 현금화 했습니다.

단돈 몇푼이라도 받고 수거해가면 좋잖아요.

근데 비데도 꾸준히 청소 잘해야줘야 되는 걸로 압니다. 안그러면 더 ...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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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2.04 14:37:16

어제 기사가 와서 교체한 뒤에 하는 말이,

아내를 통해서 들은 건데, 

어느 부분에 금도 가고 부품도 시원치 않아서

재활용은 힘들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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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han

2016.02.04 06:39:01

이 글의 저작권은 사모님에게도 50%는 있는데

괜찮을런지요? 주님의 평안이 있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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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2.04 14:37:55

집사람은 다비아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이런 글이 올라온 것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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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미래

2016.02.04 10:04:20

음... 부부의 대화라기 보다는, 엄마와 사춘기 아들의 대화(또는 다툼)라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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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2.04 14:40:41

역시 열린미래가 정곡을 잘 짚었어요.

내 정서와 심리가 딱 사춘기 수준이랍니다. 

열린미래가 곧 낳게 될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겠지만,

아니 지금부터 태아교육 겸해서

대화를 잘해보세요.

 

 

주안

2016.02.04 10:37:25

ㅎㅎ~저희와 비슷합니다.
몇년전 제 아내가 비데 설치하자 했고,
전 반대했지만 설치했지요.
지금은 철거했습니다.
1)휴지 두쪽으로 1차 딱아내고
2)바닥에 앉아서 손으로 뒷물합니다, 맛사지 많이 합니다.
가장 위생적이고 좋은 것 같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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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2.04 14:42:56

비데가 그래도 좋은 점이 더 많지 않나요?

사람이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기계의존적으로 살아가게 될지요.

로봇이 대부분의 삶을 차지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요.

주안

2016.02.04 15:20:10

제 경험으로는
비데 보다
사람 손이 더~좋다고 봅니다
아무리 기계가 발달해도
미칠 수 없는 점이 많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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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2016.02.04 13:01:20

두분 사시는 모습을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며 혼자 크게 웃었답니다...

특히 ()안의 짐작으로 쓰신 내용을 읽으니 목소리도

들리는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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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2.04 14:44:50

집사람이 교회에서는 조용한 사람처럼 보여도

집에서는 목에 힘을 주는 편입니다.

 

주안

2016.02.04 15:23:15

제 아내도 밖에서는 천사~^^
집에서는 호랑이~ㅋㅋ~

아우

2016.02.06 23:50:23

목사님과 사모님

두 분께는 죄송하지만

글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근데 어떤 분이 그러던데요

목사나 교수님들이 논리를 따질 때는

교인이나 학생들 앞에서나  할 일이지

집안에서는 가급적 안 써먹는 게 좋답니다.

이유가 뭔지 궁금하시지요?

배우자 사이에는

논리가 전혀 안 먹히기 때문이랍니다 ㅎ ㅎ

그러니 진리가 아니고

똥누는 일 같은 문제라면

왠만하면 지고 사십시요 ㅎㅎ

그거 보다 좋은 노후대책이 없다 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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