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3일
부부싸움
오늘 오전에 집사람과 다퉜다. 젊은 시절보다는 훨씬 줄었지만 늙어가면서도 여전히 말다툼 하는 게 좀 민망하다.
아내: 잠간 내려와 봐요.
나: 알았어. (수요 성경공부 준비하다가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아내: 비데 교체하는 사람이 오니까 통로에 쌓인 짐들을 좀 치워줘요.
나: 알았어. (짐이라고 해봐야 헌옷가지가 담긴 쓰레기 봉토다.)
아내: 1층 비데가 5년이 넘어서 바꾸는데, 쓰던 거는 당신 2층 화장실로 옮기기로 했어요.
나: 나는 필요 없어. 아래층 비데는 왜 갈아?
아내: 우리 집 정수기 등 관리해 주는 분이 교체할 때가 됐다고 하고, 실제로 오래 되기도 했고, 간혹 고장도 나고 해서 겸사겸사해서 바꾸는 거에요.
나: 알았어. 내 서재에는 필요 없으니까 헌거는 그 사람들이 가져가라고 해요.
아내: 그걸 그냥 버리라는 거에요? 아깝게. 2층에도 비데가 있으면 편리하고 좋을 텐데, 왜 그래요.
나: 나는 편리한 거 모르겠고, 그걸 설치하면 관리해줘야 하고, 오히려 귀찮은 일이 많을 거야. 난 안 할래.
아내: 고집 피우지 말고 설치하도록 해요. 나중에 손님이 오거나, 식구들도 어쩌다 2층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나: 그런 일이 자주 생기는 거도 아니고, 대부분 내가 사용하는데, 나는 필요 없으니까 (약간 언성을 높이며...) 그만둬요.
아내: 고집 되게 부리네. (지 싫타카니 우짤끼고...라고 속으로 말한 것으로 추정됨) 할 수 없지 뭐.
내가 비데 설치를 거부한 진짜 이유를 아내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이상한 사람이네.’ 하고 생각할 거 같아서다. 여기 이사 오기 전 하양 아파트에 살 때는 나도 비데를 사용했다.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물로 씻은 뒤에 바람으로 말려서, 손도 안 대고 배설통로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내가 보기에는 과잉청결이다. 건강을 이유로 비데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겠지만 웬만하면 적당한 수준으로 청결을 유지하는 게 낫지 않을는지.
원당으로 이사 온 뒤로는 비데 없는 2층 화장실이 내 전용이다. 큰일 뒤에 휴지로 직접 항문을 닦아주는 재래식 방식이다. 요즘의 휴지는 질감이 좋다. 옛날에는(나이 들면 버릇처럼 ‘옛날 옛날’ 한다.) 신문지나 잡지를 찢어서 손으로 비벼 부드럽게 만들어서 사용했다. 어쨌든지 내 경험에 따르면 휴지만 사용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두 가지만 짚자. 1) 자신의 똥이 어떤 색깔인지를 매일 아침마다 확인할 수 있다. 2) 항문 마사지가 저절로 이루어진다. 나의 이런 깊은 뜻을 아는지 모른지 아내는 비데 설치를 반대하는 나를 고집이 세다고 투덜거린다. 이와 비슷한 다툼이 가끔 일어나는데, 내가 질 때도 많다. 오늘은 2분 동안 각각 자신의 논리를 피면서 다투다가 내가 이겼다.
*사족: <생명, 최초의 30억년>의 진한 감동을 다비안들에게 어제부터 나눠드리기로 마음먹었는데,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런 글을 올리게 되어 죄송할 뿐이다. 30억년이라는 거시담론을 생각하는 거 못지않게 자질구레한 하루의 일상을 평화롭게 살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자, 내일부터 새출발이다.
이 글의 저작권은 사모님에게도 50%는 있는데
괜찮을런지요? 주님의 평안이 있으시기를
싸울만 했네요..ㅎㅎ
사모님께는 좀 죄송하지만, 저도 비데는 좀 불편하고 꼭 필요한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좀 불편해도 우리몸의 지체들을 적당히 사용하는것이 건강에 훨 낫다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나중에는 손안대고 코푸는 기계도 나올거 같군요.ㅋㅋ
*자세는.. 옛자세가 훨 좋구요. 종이는..옛종이(신문지)가 훨 좋데요.
왜냐면, 자세는 내용물이 잘 나오기 때문이구요. 종이는 치질예방에 좋데요.*
<생명, 최초의 30억년> 글이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