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8일
예수경험
어제 설교 앞 대목에서 나는 신약성경은 예수를 하나님으로 경험한 제자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게 당연한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이 가리키는 사태를 눈치 채지 못하는 기독교인들도 많다. 예수는 당연히 하나님의 아들이니까 제자들이 그를 하나님으로 경험하는 거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한다. 더 나가서 그런 증거가 신약성경에 많이 나온다고 주장한다.
예수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은 비밀이다. 그 증거가 확연하게 드러난 것도 아니고, 그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게 보이는 거였다면 예수가 당시 사람들에게 배척당했을 리가 없다. 예수의 출생이나 어렸을 때 이야기는 역사적 근거가 희박한 것이니까 접어두는 게 좋다. 공생애 중에 일어났던 초자연적 능력도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 즉 메시아라는 증거는 아니다. 그런 일들은 고대의 뛰어난 영적 스승들에게서 흔히 일어나는 것들이다.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는 기독교 교리라는 옷을 입고 있다. 대충 아래와 같은 옷이다. 우리 죄를 위해서 대신 십자가를 지셨고, 종말에 다시 오실 자다. 그는 이미 태초부터 로고스로 존재했고, 지금은 하늘에서 하나님의 우편에 자리하고 있다. 예수를 믿는 자들은 죽어도 살고, 살아서 믿는 자는 영원히 산다. 그는 순전한 인간이며, 순전한 하나님이다. 그는 삼위일체로 존재한다.
우리에게 익숙하게 알려진 이런 기독론적인 교리들은 옳지만 충분하게 해석되지 않으면 오해의 소지가 크다. 교리를 뚫고 들어가서, 또는 교리에 기대서 예수를 실제로 경험하는 게 기독교 신앙에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하나님이 누군지, 세상이 무엇인지, 죄가 무엇인지, 생명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다 알 수 없다 해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수 경험은 갑자기 초월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예수를 경험했던 첫 세대 사람들의 생각을 뒤따라가는 공부 과정을 통해서 주어진다. 내가 보기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