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3일
아침 먹기
오늘 아침 먹으려고 내려간 부엌에 늘 그렇듯이 아무도 없다. 그래서 자유다. 우선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다음에야 내가 먹을 차례다. 과일을 물로 씻어 쟁반에 담아 식탁에 올린다. 냉장고에서 잡곡 식빵을 꺼내온다. 아내가 언젠가 장 보러갔다가 사온 빵이다. 원래는 내가 직접 집에서 제빵기로 만드는데, 당분간 먹을거리가 넘쳐나서 빵을 만들지 않고 있었다. 두 쪽을 토스트기에 넣고 누름 스위치를 누른다. 철커덕 소리가 난다. 다음으로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의 예열 스위치를 누른다. 그 사이에 커피잔에 물을 3분의 1가량 담아 전자레인지에 놓고 잔을 데운다. 겨울철에는 잔을 데우지 않으면 커피가 빨리 식는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 과일을 깎고, 빵에 크림치즈를 바른다. 이제 준비가 다 됐다. 식탁 위에 푸짐한 먹을거리가 놓여 있다.
우선 빵이다. 토스트기에서 방금 나온 잡곡빵이 노르스름하게 구워졌다. 그 고소한 냄새를 아는 분은 알 것이다. 손에 닿는 촉감도 상큼하다. 치즈는 마음에 안 든다. 발효 과정에서 중간에 구멍이 숭숭 뚫린 덩어리 치즈가 맛도 제 맛이고, 콤콤한 냄새도 제격이다. 메주 띠울 때 나는 냄새와 비슷하다. 냄새 자체는 서로 다르지만 그 느낌이 비슷하다. 그 덩어리 치즈를 여기서는 구할 수 없어 아쉬운 대로 크림치즈나 슬라이스치즈를 사용한다.
치즈가 든 잡곡빵을 한입 베물고 씹는다. 침이 샘솟는다. 혀와 이와 뺨이 협동해서 리드미컬하게 빵을 잘게 부순다. 맛을 느끼며, 냄새를 느끼며 말이다. 빵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내 입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너무 복잡하지 않을 정도로 음미한다. 우주 전체의 생명 운동이 거기 결합되어 있다. 치즈의 생산과정도 신비롭기 짝이 없다. 우유가 풀을 뜯는 소에게서 왔다면 결국 우유는 풀을 원료로 하는 거다. 여기서 발효가 중요하다. 발효균의 오랜 작업 끝에 치즈가 생산된다. 빵과 치즈는 단순히 사물에 머무는 게 아니라 지구와 우주 생태 전체의 결과물이다. 마술이다. 그걸 내가 아침 식탁에 앉아서 먹는다. 또 하나의 마술인 커피를 마시며, 과일을 곁들여서, 등 뒤로는 동쪽 언덕 위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고 비쳐오는 아침햇살을 받으며, 왼편으로는 대나무와 텃밭을 가로질러 어슬렁어슬렁 돌아가는 고양이, 이름 모를 새들을 보며, 책에 눈길을 주기도 하고, 간혹 FM 클래식 방송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며...
저도 거의 늦은 저녁시간인데 빵이 먹고 싶어지네요..
춥기도 하고, 먹으면 살이 될테니 참기로 하겠습니다.
빵냄새라도 어디서 날아오지는 않겠지만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