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원수

Views 1712 Votes 0 2016.02.24 22:04:43

224

십자가의 원수

 

바울은 지난 설교 성경본문인 빌 3:18절에서 자기와 대립하고 있는 이들인 할례파 사람들을 가리켜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는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이게 무슨 뜻인지를 알려면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십자가는 우선 세상에서의 실패를 가리킨다. 예수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십자가의 원수로 행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의 실패를 저주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일종의 승리주의이다. 바울의 인생은 세속적인 관점에서 보면 실패했다. 고생이 심했다. 당시 주류 기독교로부터 인정도 받지 못했다. 이런 걸 근거로 바울의 가르침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십자가는 인간의 자기 구원을 무력화한다. 십자가를 구원의 길로 믿는다는 것은 그 이외의 것으로는 구원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믿는다는 의미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 구원을 위해서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공부, 취업, 결혼, 돈벌이 등등, 모든 것들이 자기를 구원하려는 노력이 다 그런 것이다. 그것 없이 인생을 살아가기는 불가능하다. 바울과 대립하던 사람들이 강조한 토라와 할례도 이런 노력의 하나다. 그러나 십자가 신앙이 말하듯이 예수와 함께 죽는다는 것은 그런 노력에 자기의 운명을 걸지 않는다는 뜻이다. 십자가를 통해서만 삶을 얻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라는 표현에 원수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과격해보이지만 이건 진리 논쟁에 속한 문제다. 바울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진리로 생각하기 때문에 십자가를 상대화하는 모든 것을 원수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은나라

2016.02.24 23:00:27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리 인생자체가 자기 구원을 위해서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삶일텐데요..

그렇다고 이 수고를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닐테고..

수고를 하며 살되, 오직 이삶만이 내 최고의 목표로, 진리로 목매달지 말라는 뜻 같습니다.

목사님이 말씀하셨듯..

삶의 수고하는 노력에 자기 운명을 걸지 않는다..

...이것이 예수와 함께 죽는 신앙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아요..

날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진리로 생각하는 묵상을 하더라도..

십자가를 진리로, 자기 운명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속에서 살다보면..

원수로가 아니라, 친구로 생각이 드니.. 어찌하면 좋을까요?





profile

정용섭

2016.02.25 19:17:49

이 세상에서 자기를 성취하려는 노력이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삶의 에너지로 작동되기에

거기로부터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세속 직업 없이 교회에서만 살아온 사람으로서

제가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른 채 설교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없지 않습니다.

목사의 경우에는 교회가 그런 대상이겠지요.

교회 성장이 목사의 자기 성취가 되는 거잖아요.

거기에 매몰되는 목사도 있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애 쓰는 목사도 있어요.

자기 의지만으로는 큰 효과가 없을 거고,

다른 어떤 것에 사로잡혀야겠지요.

그래도 완전한 자유는 불가능합니다.

그것도 은혜로만 가능하겠네요.

 

온마음

2016.02.25 00:57:48

세상에서 완전히 실패한 예수를 믿으면서 어떻게 예수를 믿으면 성공한다고 선동할 수 있을까요

목사님 말대로 예수를 믿으면 오히려 세상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것 같습니다.

예수와 성공,출세 그리고 병치유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설교한다면 그건 이미 바알을 숭배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십자가에서 완전히 실패한 예수에게 우리의 운명을 거는 것이 예수를 믿는 것 아니겠습니까 

profile

정용섭

2016.02.25 19:21:03

예수의 십자가는 양면적이에요.

인간의 차원에서 보면 실패지만

그건 곧 하나님의 승리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승리보다는

세상에서의 승리를 더 원할 겁니다.

우리도 무의식적으로 그런 힘에

늘 휩쓸리고 있어요.

하나님의 승리가 무엇인지를 깊이 알아야만

십자가의 실패를 거부하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기독교 신앙이

자학적이거나 비관적으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뚫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온마음

2016.02.25 23:47:03

제가 냉소적이고 비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어 큰 일입니다ㅠ 천천히 바꿔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3946 돼지농장 [2] Mar 11, 2016 1481
3945 ultimate concern Mar 10, 2016 1585
3944 대체 종교 [9] Mar 09, 2016 1589
3943 나무 베기 file [8] Mar 08, 2016 2614
3942 해바라기 씨앗 file [14] Mar 07, 2016 2920
3941 생명, 최초의 30억년(11) [4] Mar 05, 2016 1173
3940 거룩한 몰입 Mar 04, 2016 1124
3939 죽음으로부터의 해방 Mar 03, 2016 1488
3938 삶의 추상화 Mar 02, 2016 1526
3937 재앙과 죽음의 타자화 [6] Mar 01, 2016 1634
3936 퇴비 부자 file [4] Feb 29, 2016 1652
3935 생명, 최초의 30억년(10) Feb 27, 2016 1039
3934 생명, 최초의 30억년(9) Feb 26, 2016 1249
3933 하늘의 시민권 [4] Feb 25, 2016 2060
» 십자가의 원수 [5] Feb 24, 2016 1712
3931 아침 먹기 [5] Feb 23, 2016 1298
3930 나의 하루살이 [11] Feb 22, 2016 1722
3929 생명, 최초의 30억년(8) [2] Feb 20, 2016 1150
3928 생명, 최초의 30억년(7) Feb 19, 2016 1495
3927 Feb 18, 2016 1158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