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5일
생명, 최초의 30억년(13)
피터 워드와 도널드 브라운리는 그들의 저서 『진귀한 지구』에서 우주에 지적 생명체는 아주 드물다고 주장하면서, 지구에서 우리와 같은 복잡한 신경이 진화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천체 환경과 지질구조상의 조건들이 기여했는지를 나열했다. 더 일찍이 햅 맥스윈은 그의 멋진 저서 『지구에 보내는 찬가』에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지능이 진화하려면 모든 것이 안성맞춤이어야 한다고 해서 종종 ‘골디락스’ 가설이라고 풍자되는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진화를 일으킨 조건이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는 드문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다른 태양계에 지구와 똑같은 행성이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10%도 없을까? 혹시 1%는? 아니면 백만분의 1은? 우주의 규모를 생각할 때 백만분의 1의 확률이라도 지적 생명체를 잉태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은 수백만 개에 이른다. 달리 말하면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형 행성은 비율로는 드물더라도 절대적 수는 아주 많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확률을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뜻밖의 문제점도 하나 있다. 우리 인간이 지능을 얻은 길이, 지능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냐는 문제이다. 나는 그렇지 않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지만, 내 삐딱한 시선을 신빙성 있는 이론으로 정리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실제 조사를 통해 경험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342-343쪽).
앤드류 놀의 상상력이 놀랍다.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의 생명 대폭발 이후 오랜 세월의 진화를 거쳐 출현한 인간의 지능이 우주의 차원에서 볼 때 유일한 길이었느냐, 하는 질문이다. 사실 인간의 지능은 아무리 진화의 능력이 놀랍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불가능한 현상에 가깝다. 진화를 뛰어넘는 우연성들이 수없이 반복된 결과물이다. 거기에는 지구의 지질학적 환경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인간의 지능과 다른 지능은 도대체 무엇일까? 천사들의 지능을 가리키나? 하나님의 지능인가? 우주의 어느 행성에 그런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우리와의 의사소통은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고양이와 의사소통을 할 수 없듯이, 우리가 물고기와 지성적인 차원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듯이 말이다. 인간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생명 현상은 어려운 문제다.